선 씨 형제들은 얼마 전 아버지 생신을 지내며 서로 쑥덕거렸다. 아버지는 연금도 넉넉히 받으시고 특별히 지출할 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번에도 선물을 모두 현금으로 달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어머니랑 이런저런 여행 다니고 맛난 음식 사드시기에 불편이 없을 텐데…….
“그래, 둘째 언니 때문일 거야.”
모두들 입을 삐죽거리며 한마디 했다.
“언니도 언니지만, 손주도 그 손녀만 눈에 들어오시나 봐.”
둘째는 부모님이 기대하는 총명한 딸로 자랐다.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해 좋은 대학을 다니고 이어 교사생활을 했던 모범생이었다. 그런데 한 길 속을 알 수 없는 남자를 만나 아이 하나를 낳고 헤어지게 된 것이다. 젊은 나이에 이런 일을 겪게 된 딸의 모습을 보며 부모님의 마음은 어땠을지. 미선 씨는 그때 부모님이 그 둘째 딸과 손녀의 보호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을 거라 추측한다. 엄마와 아버지가 힘이 닿는 데까지 다 해주마, 그런 마음의 다짐이 있었을 거라고 말이다. 부모님은 여러 손주들 속에서 한결같이 그 손녀를 보살피셨다.
형제들은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늘 말을 조심하며 부모님 가까이 가는데 제한을 받는 느낌을 가졌다. 날이 좋아 야외로 한 번 나가시자 하면 “둘째네 시간 맞춰 같이 가자”하고 간단히 외식 한 번 모시려 해도 그 식구를 넣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세월을 쭉 지내며 이제는 부모님도 여든이 되셨고, 둘째 언니와 미선씨도 중년이 되었다.

미선 씨의 그림공부
여유가 생긴 미선 씨는 우연히 그림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진을 놓고 인물화를 그리는 건데 어렵지 않게 여러 작품을 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를 그리는데 영 안 되는 것을 발견했다.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완성할 수가 없었다.
눈, 엄마의 눈이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 엄마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엄마는 왜 나를 보지 않는지, 엄마는 자애로워야 하는데 내가 그린 엄마의 눈은 왜 자애롭게 보이지 않는 것인지.
미선 씨는 정말 이상했다. 그림의 완성이 힘든 것이 마치 엄마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 주간, 두 주간을 이렇게 스스로 고민하며 겨우 완성이 되는 날, 미선 씨는 깨달았다. 그동안 마음속에, 부모님이 자신의 모습을 충분히 인정해 주지 않음에 대한 서운함이 컸음을…….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한다 하면서도 마음에 풀지 못한 공허함이 있었음을…….
그러나 미선 씨는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둘째 언니로 인해 부모님께서 책임감과 과제를 안고 더 많이 기도하고 스스로의 건강을 힘껏 관리하며 살아오신 것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께서 그 딸네로 인해 할일이 남아 있다고 여기시고 열심히 살아오심을 미선 씨는 감사하게 된 것이다.

엄마의 초상화를 보니 그림 속 엄마의 눈이 이제 나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유머 한마당
'산소' 같은 여자
한 부부모임에서 사회자가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남편과 아내에게 평소 하지 못했던 감사와 칭찬의 말을 해보세요.”
여기저기서 닭살 돋는 칭찬과 감사의 표현들이 쏟아졌습니다. “당신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 그 자체야.” “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겠소.”
그런데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서 한 부인이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사회자가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셨기에 부인께서 저렇게 화를 내시죠?”
남편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답했습니다. “아니 저는 ‘당신은 산소 같은 여자’라고 했는데, 저렇게 화를 내는군요.”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덩치가 큰 그 부인이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언제 당신이 ‘산소 같은 여자’라고 했어? ‘산 소 같은 여자’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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