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몇 개 지나간 후 깨끗해진 밤하늘과 빛나는 별들을 보며 문득 감사함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많은 별들처럼 제가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수많은 사람 중 한 사람, 형이 생각났습니다.
처음 구역의 구역장과 권찰로 만났을 때 내심 기대는 하고 있었습니다. 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고 각자가 가진 코드가 비슷하다기에 1년의 시간들이 어떻게 채워질지 기대가 컸습니다.
형을 알게 되고 8개월이 지난 지금, 처음에 가진 그 기대감은 형과의 시간들 속에 스며들어 만족과 감사로 빚어지고 있습니다.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지난 8개월 형과의 교제는 늘 풍성했습니다.
  구역장이라는 직함이 주는 어감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제게 형은 딱딱하다기 보다는 동네 형같이 친근한 존재입니다. 말장난 같지만 형은 제게 정말 ‘형 같은 형’입니다. 여러 가지 고민들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은 20대 중반의 저에게 먼저 그 길을 밟았던 형으로써 형이 겪은 20대 때 고민과 이야기들은 제게 도전이 됩니다.
청춘의 부끄러운 실수까지도 스스럼없이 말해주는 형의 진심어린 마음에 따스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명절날 모인 큰집에서 만난 큰형처럼 형은 친근하고 다정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곤 했습니다.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형과 저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둘 다 영화를 좋아하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찾는 일에 열중하며, 이야기를 통해 그 영화를 각자의 방법으로 풀어내고 적용하려는 모습은 참 많이 닮아있는 듯합니다. 형과 함께 영화의 메시지를 나누는 순간들, 일상의 수다의 순간들이 제겐 너무나 소중합니다.
저는 형의 ‘소소한 삶’이 참 좋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에 감사합니다. 심심함이 엄습할 때면 자신의 가방에서 공기와 조그마한 윷을 꺼내며 주위 사람들과 함께 노는 모습,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누군가도 함께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좋은 글과 함께 공유하는 모습,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흐르는 온기를 느끼는 걸 소중히 여기는 형의 모습, 꿈이 무엇이냐고 누군가가 물어봤을 때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그저 ‘행복한 가정’이었다며 말하는 형의 모습. 그 모습들이 좋습니다. 형의 그 소소함을 바라보며 제가 놓쳤던 일상의 소소함을 삶의 우물에서 다시금 길어 올리곤 합니다.
  글로 풀다보니 생각보다 거창해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그렇게 거창한 이야기는 아닌데 말이죠. 그저 형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고, 저는 그 시간을 좋아하기에… 그래서 그런 형의 모습을 닮고 싶고, 닮으려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형들한테는 편지를 안 쓰는데 형한테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편지만큼 진심이 담긴 표현도 없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황진성 구역장형님!

김종현 드림(대학생. 성공회대학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