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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의 소망’
[135호] 2012년 08월 05일 (일) 정하득 @

아내와 함께 모처럼 떠날 여행 준비에 부산한 아침. 거실에서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여행이 못내 아쉬운 듯 아내는 입술을 꼭 깨문 채 말이 없다. 병실에 들어서니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는 사람은 박 장로였다. 초췌하고 창백한 그 모습에 가슴이 철렁 했다.
“어서 오게. 바쁜 사람 공연히 불러들였나 보군. 보고 싶어서….”
박 장로는 다녀간 고향 문병객으로부터 우리 소식을 전해 들고 반가와 전화를 했단다.
췌장암 말기로 2, 3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던 날, 그저 덤덤한 표정만을 짓더라는 그의 아내 임 권사의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주님!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시던 장로님을 이렇게 불러 가시려구요….’
그의 손을 꽉 잡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육체가 아닌 인격적 치료를…

고향을 떠나 온지 40년 만에 만난 그는 청년시절부터 C.C.C.(대학생선교회)활동에 푹 빠진 허물없는 선배였다. 고향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동안 그는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반듯한 삶의 자세로 죽음을 이미 결재한 듯 평안을 누리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하나님, 하필이면 왜 제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어요.’
우리는 때때로 죽음 앞에 절망하며 침묵으로 일관 하시는 하나님을 향해 원망과 분노를 터뜨리곤 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란 소설은 육체적 영역에 나타나지 않는 하나님의 침묵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당신은 기적으로 인간을 노예화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오히려 기적에 근거를 두지 않는 자유롭게 주어진 신앙을 원하실 것입니다.”
미 국립노화연구소가 4000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독실한 신앙인은 정신적 불안과 관련된 질병이 매우 낮게 나타났으며 비 신앙인들에 비해 자살률이 4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신앙인들의 긍정적 사고,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새 삶을 누려가는 행복감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육체의 질병 치유라는 한가지에만 집착하여 보다 더 큰 하나님의 뜻을 보지 못할 때가 너무도 많다. 그러나 하나님은 다음 순서를 예비하고 계신 것을…. 그것은 육체가 아닌 인격적 치료에 손대신 하나님의 기적적인 사랑이 아닐까.

예비하신 마지막 선물

무너지는 육체 앞에 횃불처럼 훨훨 타오르는 영적 거듭남이 그것이다. 이 영적 거듭남은 매우 강렬하여 불치의 육신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를 말기환자에게서 자주 관찰 할 수 있었다.
박 장로는 췌장암 말기환자답지 않게 평안을 누리며 내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달 남은 내 생을 나는 하나님 앞과 나의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믿음의 형제들 앞에 똑똑한 의식을 가지고 완전히 깨어서 그들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나를 혼미케 하는 그 어떤 의료적 치료를 거부합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극심한 통증으로부터 지켜 주실 것을 확신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중보기도를 할 줄 믿습니다. 내 남은 생이 이 땅에서 최고의 삶으로 끝나리라고 믿습니다.”
박 장로를 위로한다고 방문한 나는 그가 죽음 앞에서 평안과 기쁨으로 하나님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소망이 가득함을 보면서 이것은 분명 크리스천들에게 최후로 준비하신 하나님의 선물이며 기적이라 아니할 수 없게 되었다.
박 장로와 아쉬운 작별을 나누며 이렇게 부르짖었다.
“하나님! 당신이 저를 부르실 때 저도 박 장로처럼 그렇게 아름다운 마지막 삶을 누리도록 하옵소서.”

정하득 독자(호스피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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