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들이 이것저것 주워 먹다 배가 아프면 뜯어 먹는 풀이 있지요. 괭이(고양이)밥입니다. 어느 계단, 돌바닥 틈새에 한 무대기 괭이밥을 만났습니다. 파릇하고 싱싱한 조그만 평화의 마을. 쪼그리고 앉아 내려다보는데 그 마을이 저에게 말을 합니다.
“우리는 지금,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어요.”
그 말이 얼마나 서글프게 들리는지요. 곧, 거대한 신발 밑창이 이 조그만 평화의 마을을 덮칠게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희망이란 단어는 참 슬픕니다. 절망 없이는 나올 수 없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햇살이 비치는 동산위로 …

가난을 이불삼고 희망을 밥으로 삼는 노숙자들로 구성된 조그만 공동체가 있습니다.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을까요. 차디찬 바닥에 내팽개쳐진 삶을 살았던 그들. 어느 봄 담장 아래 병아리처럼 작은 사랑 앞에 나아온 외롭고 지친 영혼들.
꾹 다문 입술에서 하얀 이가 드러나는 데는 참으로 많은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이젠, 그 하얀 미소가 자유의 날개를 달고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는 손이 되어갑니다. 그들이 사는 지하 공간을 처음 보았을 때 마음까지 어두워 졌습니다. 아무리 청소를 해도 가시지 않는 쾌쾌한 냄새와 눅눅한 분위기. 10년이란 세월을 하루같이 그렇게 지하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살아오던 우리 공동체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꿈꾸어 오던 지상에서의 드리는 예배. 하나님은 그 지하의 조그만 공동체를 햇살이 은총처럼 비치는 푸른 동산위로 옮겨주셨습니다. 이백년도 더 되어 보이는 팽나무가 드넓게 드리우는 그늘 아래로 강아지들이 신나게 뛰어 다닙니다. 너른 평상 마루 천정위로 우거진 넝쿨은 이제 한여름 무더위로 지칠 이들에게 쉼을 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벽 난간 계단 몇 개를 오르면 오골계와 오리, 토끼를 키우는 작은 농장도 있습니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는 마치 천상의 바람처럼 지친 마음을 부드럽게 매만지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예배의 순간

이렇게 아름다운 동산을 허락하신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각처에서 벗님들이 동산을 찾아 주셨습니다. 다양한 기쁨의 세리머니가 여기저기서 이어집니다. 형제들이 생활하게 될 방을 둘러보는데 밖에서 터지는 웃음소리에 어느새 바보 웃음이 입가에 번집니다. 그렇게 웃음 가득한 마음으로 한자리에 앉아 예배를 합니다. 이날 설교를 맡으신 기쁨지기 김현호 님은 설교를 하시며 왠지 고개를 들지 못하십니다.
“제가 노숙의 경험을 한 여러분에게 이런 설교를 하네요. 길바닥에서 자 본 적도 없고, 정처 없이 헤매본 적도 없는 제가, 여러분 앞에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듭니다.”
그랬습니다. 노숙자로 차가운 길바닥에서 자고 정처 없이 헤매며 살았던 그들은 얼마나 깊은 고뇌의 고랑에서 순례의 삶을 살았을까요. 그래서인가요. 그들의 하얀 미소는 깊은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이 분명했습니다. 기쁨지기님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십니다.
“요즘 제가 좋아하는 찬송가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꾸 더 좋아져요.
세상 모든 풍파 너를 흔들어 / 약한 마음 낙심하게 될 때에 / 내려주신 주의 복을 세어라 / 주의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 받은 복을 세어 보아라 / 주의 크신 복을 네가 알리라… 이 찬송 또한 여러분 앞에 부끄럽네요. 저는 오늘 말로 설교를 하지만, 여러분은 몸으로 설교를 사셨는데… 왜 제가 이 부끄러운 자리에 서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가난한 마음의 설교가 끝나고 주기도문으로 예배가 끝나고 먼 길 가시는 벗님들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떠나셨습니다.

우리 가운데 흐른 평화의 강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마당에 모여 기타 하나에 마음 실은 노래를 부르는데 홀에 계신 분들이 함께 하자며 우리는 한 공간에 둘러 앉아 동요로 노래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고향 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 푸른 하늘 끝닿은 저기가 거긴가 / 아카시아 흰 꽃이 바람에 날리니 /
고향에도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 …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동요를 부르며 우리는 어떤 애틋한 그리움에 젖기 시작했습니다.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던 정채봉 선생님의 말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영혼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우리의 노래는 부흥회로 이어졌습니다.
“천국에서 만나 보자 / 보아라 즐거운 우리집 / 잠시 세상에 내가 살면서 / 눈물 골짜기 더듬으면서 / 예수의 이름은 세상의 소망이요 / 나는 구원열차 올라  타고서 하늘나라 가지요 / 내게 강 같은 평화…”
자갈치 시장에서 평생 생선장수로 일하시며 공동체에 생선을 늘 공급해 주시던 권사님이 자리에서 일어나시더니 덩실덩실 춤을 추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장로님들 집사님들 이내 목사님들도 춤을 추기 시작하셨습니다. 춤을 추고, 어떤 이는 눈물을 흘리고…. 우리는 그렇게 하나님을 인하여 그 사랑을 인하여 영원한 나라를 그리며 노래하며 춤을 추었습니다.
저는 전처럼 손가락이 아파서 더 이상 코드를 누를 수 없을 때까지 기타를 쳤습니다. 우리 가운데 깊은 평화의 강이 흘렀고 하나님께서 지극히 작은 자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찬양 가운데 우리 모두는 알 수 있었습니다.
이날 저는 공동체 형제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들이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고 악기를 좋아하는지를 보며 덜컹 약속을 해 버렸습니다. 매주 한번씩 음악교실을 열어 주기로 한 것입니다. 기타, 리코더, 각종 손 악기 등으로 착한 노래 동요, 가스펠 등 다양한 영혼의 노래를 부르며 인도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장 이번 주부터 음악교실을 열어야 하는데 사실 부담이 큽니다. 하지만 그 어떤 사역보다 큰 사역임을 알기에 저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듭니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