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부터 알고 지낸 권사님 한 분이 있다. 6년 동안 그 분이 인도네시아를 다녀 가신지도 벌써 올해로 일곱 번이 된다.
6년 전 처음 손님들과 함께 오셨을 때에는 김치도 밑반찬도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으셨다. 그냥 오셔서 이 곳 음식을 드시라는 말을 귀담아 들으신 것이다. 하루는 ‘카레가 먹고 싶다’는 동행들의 말에 우리집 냉장고에 있는 카레 가루로 권사님은 손수 요리하시고,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서 내가 직접 담근 김치도 맛있게 모두 드셨다. 너무 잘 드신 것이 미안하신지 한국에 돌아가시기 하루 전에는 그 짧은 시간에 맛깔스런 김치도 해 놓으셨고, 작은 냉장고를 깨끗이 닦아 놓기도 하셨다.  

사랑과 정성이 담긴 권사님의 밥

그러나 그 이후로는 오실 때마다 잊지 않고 김치며 밑반찬을 넉넉히 가지고 오신다. 넉넉히 가지고 오신 것으로 시골 주민들과 함께 먹기도 하고, 남는 것은 놓고 가시기도 하셔서 한동안 한국 김치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뿐만 아니라 필요한 물건들이며 고추장 된장 등을 가져다 주셔서 지금까지 채워주시는 은혜를 경험하며 살고 있다.
오실 때마다 항상 짐을 준비하고 분리하는 일들을 도맡아 하셨고, 이 곳에서의 음식도 거의 홀로 준비하셔서 10명이 넘는 인원들의 음식을 해결 하시곤 하신다. 때로는 배를 타고, 때로는 버스를 타고 장시간 이동에 몸이 피곤할 만도 한데 기본 체력과 성령의 충만함을 자랑하시듯 지칠 줄 모르신다.
나도 시계를 맞춰 놓고 일찍 일어난다고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지만, 모두가 잠든 새벽에 나보다 먼저 일어나 어느새 냉장고 안에 있는 음식 재료들을 이용해 세 가지 정도의 반찬을 준비해 놓으신다. 본의 아니게 늦게 일어난 상황이 되어 버린 나는 죄송스럽게도 할 일이 없을 때가 있다. 국을 끓이던 밑반찬을 만들던 한 가지 요리를 하고나면 지쳐버리는 나는 그 권사님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음식 솜씨에 놀랍고 감탄스러울 뿐이다.
두 해 전에는 2시간 30분 이상 배를 타고 어느 시골로 들어간 적이 있다. 그 권사님은 그 곳 주민들을 위해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며 직접 밥을 짓기를 원하셨다. 밥을 짓기 위해서 부엌을 한 번 보시더니 밖에서 할 수 있냐고 물으셨다. 아마 우리나라의 5, 60년대 부엌구조와 같음을 보고 그 곳에서 밥을 지을 엄두가 나지 않으셨던 것 같다. 야외에 불을 지필 장작과 큰 밥솥을 준비해 드렸다.
권사님은 가장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에 장작불 앞에서 비지땀을 흘리셨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권사님의 코로 입으로 목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렇게 수고와 사랑으로 어느새 밥은 다 지어졌고, 권사님은 가지고 오신 주먹밥 재료를 밥에 섞어 일행들과 마을 주민들을 위한 한 끼 저녁식사를 준비하셨다. 그 날 저녁 그 곳 주민들은 아마 수고의 땀방울로 지어진 사랑이 담긴 최고의 맛을 경험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짜 주방장은 하나님은 하나님

어느 날은 내가 한 번 살며시 물어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간에 다양한 음식을 맛있게 준비하세요?”
“저는 음식을 하면서 기도를 해요!”
바로 그거였다. 나는 새삼 모르던 사실을 깨닫듯 순간 머릿속이 번쩍했다. 나는 그 권사님이 특별한 맛을 내는 감각으로만 요리를 하신다고 생각했는데, 주방장이신 주님께 물어가며 도움을 구하며 요리하신 최고의 보조주방장이셨던 것이다. 그날따라 요리하는 시간동안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이웃을 섬기는 그 권사님의 은사가 참 귀해 보였다.

노은주 woorizip21@hanmail.net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