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전화번호가 제 핸드폰을 울렸습니다. 서울에서 걸려온 어느 청년의 전화였습니다.
“선생님,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 기사를 봤는데요, 저의 어머니를 위해 콘서트를 열어 주실 수 있나요? 어버이달 5월, 어머니께 꼭 효도 하고 싶어 이렇게 전화를 드립니다. 지금 저의 어머니는 전신 마비로 요양병원에 투병중이십니다. 보고, 듣고 이해하실 수는 있으신데… 선생님, 저의 어머니를 위한 콘서트를 가능할까요…?”
간곡한 요청이었습니다.

어머니 눈을 통해 본 예수님

약속한 날짜가 점점 다가왔습니다. 때마침 제 노래에 화음을 잘 넣어주시는 지인과 만남이 있어서 함께 동행해 주실 수 있냐는 제의를 했는데 흔쾌히 허락해 주셨습니다.
약속한 날 저녁 무렵, 우리는 요양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병실에 들어섰을 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차마 보기에도 죄송스러웠습니다. 수시로 간호사가 어머니의 목에 뚫린 구멍으로 호스를 넣고 치료를 했고 양 옆 침대에는 몸을 가누지 못하시는 두 분의 환자가 꼼짝없이 누워 계셨습니다.
잠시 눈을 감고 하나님께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찬송을 부르기 시작 했습니다.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첫 소절에, 청년은 터지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사랑의 물결이 영원토록 내 영혼을 덮으소서. 이 땅위의 험한 길 가는 동안 참된 평화가 어디 있나. 우리 모두다 예수를 친구삼아 참 평화를 누리겠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슬픔 많은 이 세상도 천국으로 화하도다. 할렐루야 찬양하세. 내 모든 죄 사함 받고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찬송 중에도 간호사가 급히 달려와 호스를 가지고 어머니를 치료했습니다. 잠시 심한 고통이 어머니의 온 몸을 괴롭히며 지나갑니다. 잠시 찬송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안정을 되찾고 우리는 다시 찬송을 불렀습니다. 어머니는 찬송을 부르는 제 눈을 깊이 바라보셨습니다. 그리고 그 눈빛으로 무수히도 많은 마음을 건네셨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눈빛이 무척이나 두려웠습니다. 어머니의 눈을 통해 예수님이 제 영혼을 들여다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찬송 후, 어머니를 위해 기도를 하고 조용히 병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청년이 정성스레 준비한 저녁식사를 먹으며 우리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청년은 외동아들로 어머니와 단 둘이 힘겨운 세상을 살아 왔습니다.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직장을 그만둬야 했고,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여전히 생활고가 주는 어려움에 졸업은 멀기만 했습니다. 청년은 어머니를 간호하면서 죽음을 앞둔 이들의 아픔을 절감하게 되었고 그들을 위한 일을 찾다 호스피스 사역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희망은 절망한 이의 두 번째 영혼이라 했던가요. 그 청년은 절망을 넘어 희망 전도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청년과 대화 하면서 그의 눈을 똑바로 볼 수 가 없었습니다. 마치 댐에 고인 물처럼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뼈아픈 아픔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청년은 정중히 아쉬운 이별을 고하며 자리를 떴습니다. 어머니가 걱정되는지 병원으로 달려가는 듯 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지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황혼이 져버린 차창 밖을 바라보며 저의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래 전에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글이 생각났습니다.

세상의 맛있는 것
밖에 다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 엄마 차려주신 밥이 제일 맛있네.

세상의 아름다운 것
밖에 다 있는 줄 알았는데
우리 엄마 뒷모습이 제일 아름답네.

철들면 효도 해야지 했는데
우리 엄마 너무 늙어 버리셨네.
맛있는 것 사드리려 했는데
우리 엄마 이가 성치 못하시네.
좋은 곳 구경시켜 드리려 했는데
우리 엄마 다리가 성치 못하시네.

내게 가장 소중한 분이 우리 엄마라고
늦게 사 늦게 사 고백하는데
우리 엄마 언제나 한결같이
세상에 ‘너 밖에 없다고’…
이제사 그 말씀 아프게 저며오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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