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질서를 보존합시다” 환경·소비 캠페인 ⑫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 만들기

행사를 알리기도 하고, 축하의 용도로도 쓰이고…. 현수막은 다양한 곳에서 홍보물로 유용하지만 수명이 짧은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현수막은 그 자체에 제시되어있는 날짜가 지나거나 본래의 행사가 끝나면 바로 폐기 처분되는 슬픈 운명을 지녔다.

▲ 폐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

주민이 나선 재활용사업

정수리에 내리 꽂히는 뜨거운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은 작업에 열중했다. 큰 현수막들을 작업하기 좋게 자르고 정리하려면 실내는 아무래도 비좁았다. 강동구청의 재활용센터 한 쪽 공터에선 그렇게 현수막 정리가 한창이었다.
현수막은 만들기도 쉽고, 홍보하기에도 그만이라 많은 기업과 기관에서 홍보할 때 사용한다. 한 개를 만드는데 드는 비용은 4~7만원 정도.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홍보의 목적이 다한 현수막은 쓰레기통에 버리면 끝이지만, 가치가 없어진 폐현수막을 처리할 때는 ‘소각비용’이라는 지출항목이 더 들어간다.
그리고 소각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강동구 성내2동 주민자치위원회장인 김난숙 씨는 주민자치위원회와 구청에서 매 달 진행되는 많은 프로그램과 함께, 쌓여가는 폐현수막을 보고 한 번 쓰고 버리는 현수막이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현수막이 일회용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실제로 현수막은 일회용품에 속했다.
‘어딘가에 다시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딱히 어떻게 재활용을 해야할 지 막막했다. 그래도 계속 쌓여 버려지는 현수막을 그냥 볼 수만은 없었다. 난숙 씨는 구청에 쌓이는 폐현수막을 버리지 말고 모아서 자기에게 달라고 요청했다.
평소 서울시가 공모하는 사업에 관심이 많던 난숙씨는 우연히 서울시 홈페이지의 공고를 보고, 생각만 하고 있던 폐현수막을 재활용하는 일을 공모했다. 공모한 사업이 선정되어 2011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강동구청에서 마련해 준 작업장에서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든지 햇수로 2년째가 되었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 작업실 한켠의 재봉틀. 재봉틀로 테두리선을 박으면 장바구니가 완성된다.

폐현수막을 수거해 오면 일일이 다 펴서 장바구니 사이즈에 맞게 자른다. 잘라놓은 현수막천을 모아 장바구니 단을 뜨고, 재봉틀로 선을 따라 박는다. 현수막 글씨의 잉크가 사용하다보면 벗겨지고 갈라져서 수명이 그리 길지 않지만, 그래도 폐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동안만큼은 비닐로 만든 봉투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까지 폐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들어 가까운 마트와 재래시장에 보급했다. 가격을 매기지 않고, 자율적으로 소비자들이 내고 싶은 금액을 넣도록 장바구니 옆에 값을 치를 수 있는 상자를 준비했다. 하지만 반응은 그리 썩 좋지 않았다. 장바구니를 산 소비자들이 지불한 액수는 평균 200원 남짓.
폐현수막으로 만든 것이다 보니 미관상 깔끔하지 못하고, 새 것이 아닌 재활용이라는 생각에 장바구니 대신 사려는 사람들이 사실상 그리 많진 않다고 자원활동가들은 말했다.

▲ 장바구니를 만드는 첫번째 작업은 현수막을 일일이 펼쳐 작업하기 쉽게 자르는 일이다.

매길 수 없는 환경의 가치

자원활동가는 총 6명.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3명의 자원활동가가 나와 작업중이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본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미술강사, 사업가, 농장주, 학원장, 대학생 등. 그나마 시간을 유동성있게 쓸 수 있는 직업군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자원활동가들은 자신의 스케줄에 맞추어 바꾸기도 하지만 주중 이틀, 대체로 월요일과 토요일에 작업을 한다. 주문이 들어와 일정 기간내에 작업을 마쳐야 하는 경우는 낮, 밤 가리지 않고 자신이 가능한 시간에 작업장에 들러 자신의 몫의 작업을 하고 가기도 한다.
“힘이 빠질 때도 있어요. ‘왜 우리가 이걸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구요. 그 때마다 생각하는 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거예요. 우리가 하는 일이 돈을 받거나 어떤 대가를 받지 않지만, 환경의 가치를 생각할 때 결코 하찮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다 하겠다 그런 생각은 안해요. 단지 우리가 물꼬를 틔우면 제 2, 제 3의 새로운 시도들이 일어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해요.”


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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