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자정, 일본은 원자력에너지 제로시간이 시작됐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1년여만에 온 현실입니다. 그리고 열흘이 지난 지금까지 힘들지만 잘 견디고 있는 일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본의 원자력에너지 의존도는 31%라고 합니다. 31%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면 살인적 노력을 해야할 것입니다. 가능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원전 없는 전력난, 차라리 견디겠다”고 74%가 응답했다고 합니다. 일본과 일본인들은 전기수요가 가장 높은 여름을 앞두고도 원자력발전 없는 여름을 나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시민의식이 대단합니다. 그 모습에서 많은 것을 공부합니다. 이 엄청난 세계뉴스가 한국언론에서는 별로 크게 보도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많은 경우, 역사의 궤적 속에 우리와 마음 상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어 고운 마음이 들지 않는 때가 있지요. 또한 거기에 외교문제까지 섞이면 밉살스럽기까지 합니다. 분노를 느끼게 되기도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서 배우고 싶은 것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일본인들은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를 통해 정치·경제·사회·가정·개인생활의 엄청난 지진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엄청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대사고를 당하고도 아귀다툼같은 볼썽 사나운 모습은 없었습니다.
우동집 하나를 운영해도 몇 대를 이어 기본을 지키며 고객만족을 일궈내는 일본이, 원자력발전소를 만들면서 이런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가 몰려올 것을 예상했더라면 수만의 인명을 앗아가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요.
절대안전할 수 없는 원자력발전(실상은 핵발전이지요)이란 것을 우리도 인식했습니다. 이제 세계 여러 선진국들도 원자력발전이 아니라 ‘대체에너지’ 발전으로 바꾸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원전들이 자꾸 고장이 나고, 부정과 부정직이 개입되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원자력발전소인데, 자꾸 새로운 원전을 세워가고 있으니 두렵기까지 합니다. 지금 세대에게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다고 말하면 그것은 기만에 해당되지 않을까요. 앞으로 이 땅에 살아야 할 우리의 다음세대를 위해 우리가 지키고 견뎌야할 숙제를 푸는 데 마음 쓰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도 대체에너지 연구와 개발과 보급에 엄청난 재정을 투입했습니다. 그 유지관리에 집중하면 효율도 높아지겠지요.
이 지구촌에 436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년동안 별 변동이 없는 숫자라고 합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작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는 원전을 추진하는 측과 원전을 포기하는 측으로 양분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러시아를 제외하고 신규원전을 착공한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는 없다고 합니다.
아름다운동행 조찬대회모임에서 “방사선 폐기물은 반감기가 수만년이기 때문에 절대 가장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라고 말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대화모임을 통해 우리가 알고있는 것이 얼마나 한계가 많은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가치관을 새롭게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종교와 상관없이 이웃나라 일본 그리고 일본인에게서 큰 것을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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