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조찬모임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대란이다.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큰 상황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찾는 과제는 가장 시급한 문제다. 그런데 건축분야에서 ‘제5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건물을 짓는 행위로 어떻게 에너지를 만들 수 있을까?
지난 4월 19일 열린 아름다운동행 목요조찬모임은 ‘이제는 제로에너지 건축이다’라는 주제로 이명주 교수(명지대)의 발표로 함께 토론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새로운 에너지는 바로 ‘절약’이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에너지인 셈이다. 이 교수는 절약에너지 개발로 ‘제로하우스’를 소개했다. 여기서 말하는 ‘제로하우스’란, 정확히 말해 ‘화석에너지 제로(zero)’를 지향하는 건축이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한국 건축 현실

“소위 ‘그린홈’이라하면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의 건축이 대부분이다. 이미 건물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데 단지 2중창을 달았다고 해서, 친환경자제를 썼다고 해서 그린홈이라고 할 수 없다.” 이명주 교수는 한국의 건축 현실은 가시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건축에 들어가는 부자재 하나 친화경소재를 사용했다고 해서 ‘그린홈’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린’, ‘친환경’ 등의 꼬리표를 단 대부분의 건축이 그랬다. ‘눈가리고 아웅한다’고, 겉보기에만 그럴싸한 그린하우스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반 시민이 확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1590리터 vs 660리터 vs 160리터

오래된 건물에서는 한해 1,590리터의 연료를, 저에너지건물은 660리터를, 초저에너지건물은 단 160리터의 연료가 한 해 동안 사용된다(일반단독주택의 경우). 단순히 처음 건축시 어떻게 지었느냐에 따라 연료소비량은 천차만별인 셈이다. 보통 가구의 경우 1년 중 난방기간은 긴 편이나 냉방은 30일 미만인게 대부분이다. 이 경우 난방에너지를 줄이는 것이 관건인데, 건축설계만으로 난방에너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저·초저에너지주택은 외단열, 2중 유리와 시스템창호(단열된 프레임), 외부 차양 장치(건물 바깥에 블라인드설치, 이는 전통가옥의 덧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밀성(집안의 틈새 막기), 고효율전자제품 등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외부 차양 장치(외단열)는 뛰어난 냉·난방효과로 여름과 겨울 냉·난방비를 크게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부분의 건물이 내단열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내단열만 하는 경우 시공비가 좀 더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이 교수는 장애인들이 사는 주택을 둘러보고 충격을 받았다. 건물뿐 아니라 그 주변까지 노후되고 낙후되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정도였다. 그야말로 주거권을 넘어 인권이 침해당하는 수준. 하지만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액수로는 ‘눈 가리고 아웅’밖에 할 수 없었다. 이 교수는 그 때 당시를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단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심각한 누수, 부식으로 위험한 지경이었으나, 당시 건축 업계는 겉만 재보수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 교수는 그대로 공사에 들어가지 않았다. 정부에 심각한 현실을 보고하고 제로하우스를 제안했다. 에너지시뮬레이션 후 서울시가 허가를 내렸다. 그 일을 계기로 ‘2010 장애인주택 에너지합리화 개보수 사업’이 추진됐다. 2012년, 올해에는 ‘서민주택개보수사업’도 시행될 예정이다.
이 교수가 말하는 이 ‘절약’의 에너지에 최근 정부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예가 바로 지난 2011년 재정된 녹색건축법이다. 또한 내년부터는 건축에너지성능증명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8년 전부터 에너지증명서제도를 시행하고 신축, 개축하는 건물에 지원 사업을 확대한 독일을 포함해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친환경 건축법이 시행되어왔다.
이 교수는 “신축을 계획 중이라면 조명은 LED로 바꾸고, 냉·난방은 외단열 건축을, 환기는 폐열환기장치를 사용함으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는 전체 에너지 요구량 가운데 50~60%의 절감효과를 가져온다.
단, 교회 건물처럼 매일 사람이 상주하지 않고 특정한 시간대에만 사용하는 공간에는 내단열을 추천했다. 내단열은 금방 데워지고 빨리 식는다. 교회의 경우, 예배시간에만 잠깐 냉·난방을 가동하고 주중에는 꺼두는 것이 외단열보다 훨씬 에너지 절약이 되기 때문이다.

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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