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행 이틀째 되던 날 아침, 한 어르신과 호텔식당 원탁에 우연히 마주 앉게 되었다.
그는 빵접시를 두 손으로 감싼 채 고개를 숙여 간절히 기도했다. 마치 출전을 코앞에 둔 병사처럼…. 그의 식사 기도는 계속 이어졌다. 이미 식사 기도를 끝낸 나는 한참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어르신과 통성명이나 말을 건네 본 적은 없었으나 같은 일행이었고 호감이 갔던 터라 함께 식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행 도중 일행이 무심코 버린 휴지조각을 줍는가 하면 관광버스에 오르내리는 분들을 주의 깊게 살피며 도왔다.
그의 식사기도가 끝나자 목례로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저… 장로님이신가요?”
“아, 아닙니다. 평신도입니다. 하지만 전 모태 신앙입니다.”
모태신앙을 장로님이란 직책보다 더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70대 중반인 그가 모태신앙으로 아직 평신도라니 의아했다. 그 어르신은 내 속내를 직감한 듯 잠시 후 말을 이었다.
“예, 제 신앙생활은 무척 고난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한 마디로 장로가 되지 못했음을 내게 알리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따뜻한 눈빛과 온화한 표정이 돋보였고, 그의 풍모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느껴졌다.

캄캄한 밤의 달처럼

한 평생 내가 주님과 동행하고 있거니 하는 착각속에 살아온 내 삶도 별 수 없는 입술만의 신앙 고백이었고 한낱 풋내기에 지나지 않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실로 부끄러움뿐이다. 그것은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내안에 주님이 사신다는 것을 느끼도록 내 삶을 다독거리지 못했음을 그 어르신을 만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그 어르신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일어서는데 그가 명함 반쪽만한 크기의 빨간 종이쪽지를 아무 말 없이 내 손에 쥐어주곤 돌아서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 쪽지의 글이 내 눈에 번뜩 거렸다.
‘오늘 밤, 자정 3층 105호실에서 조선족 5명과 함께 기도 모임이 있습니다.’
순간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눈물이 핑 돌았다.
장로님 같은 평신도…. 그는 주님 손에 이끌림 받은 목적 있는 여행을 우리와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나와 같은 여행을 하고 있었으나 분명 다른 여행이었고, 다른 삶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그 어르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지난 삶의 회한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주님! 저도 이 어르신처럼 가는 곳 마다 당신의 향기를 뿌릴 수 있기를 원합니다. 그것으로 인하여 모든 사람들이 캄캄한 밤에 달을 보듯 주님을 보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멘.”

정하득  jh390@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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