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질서를 보존합시다” 환경·소비 캠페인 ⑩ 공동육아

‘사람…’.
박경양 목사(평화의교회)를 만나는 내내 떠오르던 단어다. 하나님 사랑이 곧 이웃 사랑이라고 했던가. 그 이웃 사랑이 교육으로 이어진 건 어쩌면 박 목사의 교육에 대한 남다른 열정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으로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박 목사는 그걸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다고 했다.

어른의 손길이 절실한 아이들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시간 동안 그의 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은 지속됐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이사장이기도 한 박 목사는 방과후 교실을 운영하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교육격차, 교육소외가 초등학교부터가 아니라 그 전부터 시작된다는 것.
“한글을 모르는 아이들이 두 부류가 있어요. 하나는 빈곤아동, 다른 하나는 고학력인 부모의 아동. 의외죠? 한번쯤 교육을 진지하게 고민해 본 부모들은 취학 전에 일부러 한글을 가르치지 않아요. 한글을 모른다는 점에선 같을지 몰라도 그 외의 많은 부분은 다릅니다. 고학력자 부모들은 한글을 가르치는 대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려 합니다. 하지만 빈곤아동의 부모들은 먹고 사는 일로도 벅차 아동들을 방치하는 경우가 많죠.”
방과후 교실에 온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과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하다. 박 목사는 빈곤아동들이 좀 더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이를 위해선 공동육아가 절실했다.

공동육아, 비용이 가장 큰 문제

현실적으로 미취학아동은 교사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교사 1인당 2~3명의 아동이 가장 이상적이나 한국은 그게 힘든 실정이다. 조합원들이 일정액을 합자해 자체적으로 공동육아를 하는 경우에나 가능한 얘기다. 그 마저도 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꿈만 꾸는게 현실이다.
일반 어린이집의 경우 한 명의 교사가 열댓 명의 아동을 담당하기에 아동은 교사의 손길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교사 인건비, 장소료 등 부수적인 지출 때문에 교사를 넉넉히 두지 못한다.
교회가 이 부분을 채워주기로 했다. 교회 한층을 무료로 내어준 것이다. 그 대신 조건을 하나 걸었다. 공동육아를 하고 싶어도 비용 때문에 엄두조차 못내는 빈곤계층의 아동들에게 무료 혜택을 주라는 것. 현재 20여명의 아이들 중 4명이 무료로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함께’의 교육

그렇게 공동육아 ‘궁더쿵어린이집’(이하 궁더쿵)이 생겼다. 현재 교사 4명, 급식교사 1명 등 총 5명의 교사가 20여명의 아동을 돌보고 있다. 궁더쿵은 일반 어린이집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 담겨 있다.
“일반 학교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같은 학교의 학부모들이 꺼리기 때문이죠. 일반 아동에 비해 손이 더 많이 가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거야말로 모순 아닌가요? 장애아동들만 모아놓은 교실에서 교사 한 명이 모든 아동을 일일이 도와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나와는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 있는 거죠. 모두가 똑같은 모습이 아니듯,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단 걸 배울 기회를 없애버리는 거죠. 궁더쿵은 신체의 차이, 경제력의 차이 이 두 개를 구분짓지 않습니다.”
부자도, 가난한 아이도 모두 함께 질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 몸이 불편한 친구와 함께 생활하며 서로 돕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궁더쿵이 지향하는 진짜 ‘교육’이다.

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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