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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일
부활절 특집 | 김성일 작가의 콩트
[128호] 2012년 04월 11일 (수) 김성일 @
   
2천 년 전, 놀라운 부활의 아침이 오기 직전, 예수님을 장사지냈던 그 동굴 앞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소설가 김성일 장로의 눈으로 ‘제3일’의 새벽이 오기 직전, 무덤가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소설적 상상력을 동원해 재구성해 봤습니다. 어둡고 긴 밤이 지나고 짙은 어둠 속으로 옅은 새벽의 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하던 시간, 로마 병사 레무스와 마로는 너무도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하게 됩니다. 2천 년의 긴 시간을 거슬러 놀라운 부활의 현장으로 함께 순례의 길을 떠나 보시죠!

 

 

매우 긴 밤이었다. 어둠 속으로 아주 옅은 새벽 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바위 틈에 붙어 있던 벌레들이 더듬이를 조금씩 움직이며 긴장하고 있었다. 몸을 웅크린 채 졸고 있던 병사 중 하나가 자신의 코 고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아직도 밤인가…?”
눈 부비며 주위를 살폈다. 곁에 있는 둘은 천 조각을 몸에 덮은 채 아직 잠들어 있었고, 하나는 창 자루에 기댄 채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레무스, 로마 제국의 용사여.”
졸다가 깬 병사가 서 있는 병사 곁으로 다가갔다. 
“무덤 속에 계신 분은 안녕하신가?”
서 있던 병사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마로, 나는 도대체 그 자들을 이해할 수가 없어.”
“누구 말이야?”
“산헤드린의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 말이야. 나사렛 예수를 잡아 총독에게 끌고와서 십자가에 못박아 달라고 요구하더니, 그의 무덤을 지켜달라는 건 또 뭐야?”
레무스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사렛 예수의 손을 십자가에 못 박을 때 자신의 손을 찌르듯 전해져 왔던 그 전율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목수 일을 해서 좀 거칠어 보이기는 했어도 나사렛 예수의 손은 못을 박으면 연약하게 뚫리고 피가 나오는 그저 보통 사람의 손이었다.
“제3일에 다시 살아난다고 했다며?”
“그게 이상하단 말이야. 그가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한 것은 믿지 않으면서 죽었다가 제3일에 살아나리라고 한 것은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지.”
“제자들이 와서 시체를 훔쳐갈지도 모른다고 했대.”
“자신들이 무덤을 지켜도 될 텐데 왜 총독에게 지켜달라고 했을까?”
“겁이 났던 모양이지.”
“사실은, 나도 겁이 나기는 해. 죄 없는 사람을 못 박은 것은 처음이거든.”
“우리는 그냥 명령대로 한 거야.”
“그러나 총독도 그에게서 죄를 찾지 못했다고 했어.”
산헤드린 공회의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은 그를 처형하지 않으면 황제에게 고소하겠다고 총독을 협박했다.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자칭한 것이 황제에 대한 반역이라는 것이었다. 황제라는 말에 총독은 겁을 먹고 그들에게 예수를 내주었던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가 죽은 것은….”
마로가 말했다.
“그가 어느 당에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야. 대제사장이 이끄는 사두개당이나 율법사들의 바리새당도 있고, 아니면 차라리 로마에 저항하는 열심당에라도 들어갔더라면 지지하는 자들이 있었을 텐데…. 모두들 죽이라고 외쳤거든.”
“하나님의 아들이 어느 당엘 들어가겠어?”
“레무스, 자네도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믿는 거야?”
“나뿐인가, 데키우스 백부장도 그랬는데.”
처형을 지휘한 그들의 백부장도 그가 운명할 때 땅이 흔들리고 바위가 터져서 모래가 튀는 것을 보고 그가 정말 하나님의 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가 엣세네 당인 것 같다는 소문도 있더군.”
엣세네 당이란 세상을 떠나 자기네끼리 숨어 살면서 선지자들이 장차 나타나리라고 한 구원자를 기다리는 자들의 공동체였다.
“그것도 아닌 것 같아. 그가 말하기를 빛을 가려 두면 세상을 밝힐 수 없고, 소금이 맛을 잃으면 버려질 것이라고 했다더군.”
마로가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이제 곧 제3일이 밝아올텐데 그가 정말 다시 살아날까?”
“죽은 것을 확인한 것은 자네야.”
유대인들이 안식일에 시체를 십자가에 두지 않기 위해 아직 숨이 멎지 않은 죄수들의 다리를 꺾어달라고 하자 병사들이 두 죄수의 다리를 꺾었다. 그러나 나사렛 예수는 이미 숨이 끊어졌으므로 마로가 창으로 옆구리를 찔러 그것을 확인했던 것이다. 그의 몸에서 쏟아져 나온 물과 피로 젖었던 손을 털어내듯 흔들었다. 
“재수가 없으니까 별 일을 다 했어.”     
“그래도 우리는 그의 옷자락을 나눠 갖지 않았나?”
나사렛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을 때 병사들은 벗겨낸 그의 겉옷을 넷으로 나누어 가졌던 것이다. 겉옷은 밤에 몸을 덮는데도 쓰이는 것이었다.    
“레무스, 너는 재수가 좋은 편이었지. 그의 속옷을 차지했으니.”
나사렛 예수의 속옷은 호지 않고(바느질하여 꿰매지 않고)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것이어서 찢지 않고 제비를 뽑았는데 그의 차지가 되었던 것이다. 조금씩 스며드는 새벽 냄새를 맡으며 품속에 넣어 두었던 나사렛 예수의 속옷을 만지작거리던 레무스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땅이 또 흔들리는 것 같은데.”
그러자 마로가 소리쳤다.
“레무스, 저걸 좀 봐.”
마로가 무덤 입구를 막아 놓았던 큰 돌이 어둠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돌이 비켜선 무덤 속에서 환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레무스가 자신도 모르게 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무덤 앞에 이르자 품속에서 나사렛 예수의 속옷과 겉옷 조각을 꺼내서 내려 놓았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말을 중얼거렸다.
“다시 사셨다면 벗은 채로 나오실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를 뒤따르던 마로와 땅이 흔들리는 바람에 잠에서 깬 두 명의 병사도 따라와 그들의 몸을 덮었던 겉옷 조각을 무덤 앞에 내려놓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무덤에서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한 음성을 들었다.
“고맙구나, 내가 그대들의 마음을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제3일의 새벽은 오고 있었다.

 

김성일.

소설가. 1961년 '현대문학'에 단편 '분표', '흑색시말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기독교적 색채가 강한 작품들로 1985년 제 2회 기독교 문화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땅끝에서 오다', '땅끝으로 가다', '제국과 천국', '사랑은 죽음같이 강하고', '홍수 이후', '땅끝의 시계탑', 비느하스여 일어나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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