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특집]예수님의 생애 마지막 한 주간 발자취

고난과 부활의 계절입니다. 가장 의미있는 기독교회의 시간인 이때, 예수님의 생애 마지막 한 주간을 묵상하며 마음 깊이 그리스도 십자가의 의미를 새겨 봅니다. 2천년 전 그때로 돌아가 봅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과 성전 정화, 유대 지도자들과의 논쟁, 유월절 최후의 만찬에 이은 성만찬 제정과 세족식, 겟세마네 기도, 체포와 심문, 십자가 처형과 장사지냄 등의 대사건들이 그야말로 숨막히게 전개됩니다. 주님 가신 십자가의 길, 그 고난의 시간, 그 발자취를 따라가 볼까요. 마태복음 21장, 마가복음 11장, 누가복음 22장부터 이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 주일- 고난 속으로
‘초라한 나귀 타고 예루살렘 입성’

예수님의 생애 마지막 한 주간은 감람산 벳바게에서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으로 시작됩니다.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마태 21장8-9절)
그때 사람들은 옷과 종려나무 가지를 길 위에 펴면서 그렇게 외칩니다. ‘호산나’(이제 우리를 구원하소서)를 외치는 그 군중 속에 지금의 '나'도 있지 않을까요. 며칠 후면 변절할 가룟 유다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예루살렘의 군중은 예수께서 왕이 되어 정치적 해방과 경제적 번영을 가져다줄 것을 기대하며 열렬히 환영합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호산나!" 환호가 곧 십자가 처형의 고발로 바뀔 것을 이미 알고 계시지요. 정복자의 건장한 말이 아니라 보잘 것 없는 나귀를 타시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군중의 환호 속에 예수께서는 묵묵히 십자가의 죽음을 향해 외로운 길을 걸으십니다. 세상 정치 속에서 왕으로 등극할 것을 기대하는 것과 오늘 우리의 성공주의와 다를 바가 조금도 없다는 데 놀랍니다. 십자가의 기독교와 얼마나 거리가 먼지요!
나귀를 타신 예수님은 예루살렘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감람산 정상으로 올라가십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을 바라보시며, 돌위에 돌 하나도 남지 않고 파멸 당할 것을 아셨기 때문에 눈물 흘리시며 탄식하십니다.

■ 월요일- 권위의 날
‘성전을 깨끗하게 하심’

예루살렘 성전에 들어가, 그 안에서 매매하는 모든 자를 내어쫓으시며 돈바꾸는 자들의 상과 비둘기 파는 자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십니다. 타락한 종교에 대한 경고와 책망을 통해 예수님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며, 성전의 주인이며, 성전 자체이심을 나타내시는 것입니다. 
당시 바리새인들은 성전 안에서 어린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찬송하는 것을 가증한 것으로 여기면서도, 각종 상인들과 환전상들의 고함 소리로 성전이 아수라장이 된 것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 매매하는 자들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권력자들에게 고용되었거나 결탁된 사람들입니다. 예루살렘 성전은 대제사장들과 특권층의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또한 열매가 없고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십니다. 행함과 실천은 없이 형식만 무성한 이스라엘은 패망한다는 경고입니다. 

■ 화요일- 변론의 날
 ‘유대 지도자들과 논쟁, 그리고 마지막 교훈’

예루살렘 성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십니다. ‘예루살렘 5대 논쟁’으로 일컬어지는 권세와 납세, 부활, 계명, 다윗 등의 주제로 유대 지도자들과 논쟁하십니다. 예수님이 말의 올무에 걸리도록 해 잡아 죽이려는 의도입니다.
예수님은 ‘요한의 권세는 어디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부활 때는 결혼하지 않는다’, ‘목숨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라’ 등을 말씀하시면서 이들의 계략을 물리치십니다.
또 성전을 나서면서는 예루살렘 성전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제자들과 함께 감람산으로 올라가 성전이 마주 보이는 곳에서 세상 끝 날에 있게 될 여러 징조들을 가르쳐주십니다. 십자가를 지시기 전 제자들에게 주시는 마지막 교훈입니다.

■ 수요일- 음모의 날
 ‘거룩한 쉼과 향유 부음’

이날은 별다른 활동 없이 베다니 시몬의 집에 머물며 휴식의 시간을 가지십니다. 다가올 십자가 고난을 준비하는 조용하고 거룩한 쉼입니다.
하지만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은 예루살렘에 모여 제자 가룟 유다까지 끌어들여 예수님을 죽이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또 식사하시는 예수님의 머리에 한 여자가 매우 귀한 향유 한 옥합을 붓는 일이 벌어집니다. 성경은 향유의 가치를 300데나리온이라고 했는데, 이는 당시 노동자의 1년 연봉에 해당되는 금액입니다. 엄청난 가치의 향유를 붓는 일에 대해 제자들까지도 비난하지만, 예수님은 "이 여자가 내 몸에 이 향유를 부은 것은 내 장례를 위하여 함이니라... 온 천하에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의 행한 일도 말하여 기억하리라"(마태복음26장)고 말씀하십니다. 온 인류를 대속하실 예수님의 거룩한 죽음을 미리 준비하였던 이 여자의 행동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거룩한 소비"라는 뜻입니다.

■ 목요일- 눈물의 결단
‘최후의 만찬, 그리고 마지막 기도’

주후(서기) 30년경 4월6일(니산월 13일)로 추정되는 목요일입니다. 무교절 첫날 곧 유월절 양을 잡는 기념일인 이날 저녁, 예루살렘 남서쪽 한 저택의 큰 다락방에서 유월절 만찬이 벌어집니다. 예수님과 12제자들이 모인 겁니다. 식사 후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떡'을 떼어 '나의 몸'이라고, '포도주'를 '나의 피'라고 하시며 성만찬의 예식을 가지십니다.
멋모르는 제자들이 서로 누가 더 크냐고 다툴 때, 예수님은 잡수시던 도중 일어나 그들의 발을 씻겨주십니다. 이날을 ‘세족 목요일’(Maundy Thursday)로 불리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식사도중 주님의 몸이라 말씀하시며 떼어주시는 떡을 받고도 가룟 유다는 스승을 팔아넘기려 나갑니다. 결국 기념만찬은 주님과 11제자들만 참여합니다. 이 만찬 도중 베드로의 배반과 제자들이 달아날 것을 예언하십니다. 식사 후 주님은 상당시간 고별설교를 하십니다.
만찬이 다 끝난 늦은 밤, 주님과 제자들은 평소 습관을 따라 성내 북동쪽 기드론 시냇물 건너 감람산으로 나아가면서 유월절 기념 시편찬송을 부릅니다. 제자들과 함께 가끔 모이는 겟세마네 동산이 바로 그곳입니다.
주님은 특히 세 제자만 데리고 한적한 데서 따로 기도시간을 갖고 세 번 같은 내용을 기도하십니다. 주님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고민하며 슬퍼하사’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드렸는데, 의사인 누가는 너무도 간절한데다 온 인류의 죄악을 한몸에 지셔야하는 엄청난 중압감으로 땀이 핏방울 같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겟세마네의 이 기도는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마태26:38)입니다.
그러나 곧 이어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는 위임과 결단이 뒤따르는 기도를 올립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잠들어 있습니다.

■ 금요일- 수난의 날
'십자가에 죽으심과 장례'

겟세마네 기도 후, 4월7일 한밤이 지난 새벽 한 시경에 예수님은 가룟 유다가 앞잡이로 끌고 온 군대와 성전관리, 제사장의 사람들에게 체포됩니다. 제자들은 모두 도망했고, 베드로가 '멀찍이' 따라갑니다. 절대 배반하지 않겠다던 베드로 조차 '멀찍이' 따라갑니다. 예수의 제자임이 드러나지 않을 만한 거리를 둔 겁니다. 주님은 대제사장의 집에서 동이 틀 때까지 한잠 못 주무시고 대제사장과 공회 앞에서 종교재판을 받으십니다.
날이 새기 전, 베드로는 세 번 사람들 앞에서 주님을 부인하는데, 이내 닭이 웁니다. 주님은 인자하신 눈빛으로 그를 지긋이 바라보셨으며 베드로는 뛰쳐나가 통곡합니다.
'사형에 해당하는 자'로 정죄 받은 예수님은 총독 빌라도의 관저로 끌려갑니다. 빌라도는 자기 의사가 없이, 유대 종교지도자와 무리의 압박에 못 이겨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히게 넘겨줍니다. 주님은 간밤 9시부터 10시간 이상 모든 주위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한 절대고독 속에서 이리저리 끌려 다닙니다. 
프레토리움 채찍형장에서 주님은 로마병사들에게 잔혹한 체형을 당합니다. 건장한 체구의 군인들은 주님의 옷을 벗기고 십자가 형틀에 두 손을 묶고 가죽 끈 끝에 납덩이나 양의 뼛조각이 달린 짧은 채찍으로 죽을 만큼 둔부와 다리 등을 사정없이 갈겨댑니다. 피투성이 된 주님의 어깨 위에 자색 겉옷을 입히고 왕관대신 가시관을 엮어 눌러 씌우고 막대기로 머리를 치고 침뱉으며 조롱합니다.
예수님은 프레토리움에서 성밖 골고다(갈보리)의 십자가 형장까지 거의 나체로 조립형 형틀의 가로대를 두 어깨에 멘 채, 로마군대 대열에 끌려갑니다. 십자가 무게가 약 136kg이므로 힘이 장사라도 혼자 지기 어렵습니다. 주님이 쓰러지자, 구레네 사람 시몬이 대신 십자가를 집니다.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골고다까지의 거리는 60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길은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주님께서 극심한 고통 속에서 걸으시는 마지막 길입니다. 그래서 ‘비아 돌로로사’ 곧 ‘슬픔의 길’이란 이름이 붙습니다.
금요일 오전 9시경. 골고다 언덕에 십자가 형틀이 세워지고 예수님이 못박힌 채로 달려 계십니다. 예수님은 그 상태로 숨이 멎기까지 6시간을 달려 계십니다. 정오부터 오후3시까지 온 땅에 어두움이 임합니다. 주님은 유대성전 매일제사 때 어린양을 죽이는 시간인 제9시(오후 3시)에 큰 소리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다 이루었다’고 외치신 뒤 운명하십니다.
이때 어두움이 몰려오고 지진이 일어나면서, 성소의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집니다.
해가 저물자, 공회원인 아리마테 요셉이 빌라도에게 요청하여 예수님의 시신을 넘겨받습니다. 요셉은 세마포로 싸서 바위 속에 판 새 무덤에 안치합니다.

■ 토요일- 예비의 날
‘무덤 속에서 안식하심’

예수님의 무덤을 4명의 로마군인들이 굳게 지킵니다.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은 예수님께서 사흘 후에 다시 살아나리라 한 말씀을 기억하고, 두렵고 걱정이 되어 파수꾼들과 함께 돌을 인봉하고 무덤을 굳게 합니다.
숨이 진 뒤부터 그 영이 옥의 영들에게 복음을 전하실 동안, 주님은 안식일을 거치면서 계속 무덤 속에서 안식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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