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생각 ② 이상한 기억

승혜씨가 기억하는 오빠 얘기는 재미있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다. 지난 호 오빠에 대한 좋은 기억에 이어 안 좋은 추억을 들어본다.
어릴 때 오빠들은 둘이서 장난싸움이 많았다. 레슬링을 하며 사고를 치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목격자는 승혜씨였다.
그날도 오빠 둘이 붙들고 싸우다 옷장의 유리가 깨졌다. 순간 오빠들은 “내가 옆의 서랍을 열고 가위를 꺼내려 하는데 형이 옷장을 확 열어 유리가 깨졌다” 고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엄마한테 혼날 것을 막기 위한 즉흥 거짓말을 본 것은 승혜씨가 아직 학교도 들어가기 전인 때였다.
두 번째 사건은 요술을 하다 일어났다. 아버지의 요술 중에 종이를 태워 재속에서 지폐가 나오는 것을 본 오빠가 승혜씨에게 재연하는 것이었다.
지폐가 나오긴 했는데 1/4이 탄 것이었다. 아까운 나머지 오빠는 승혜에게 센베이 과자를 사오라고 시키며 검게 탄 부분을 안보이게 접어주었다. 승혜씨는 그 돈으로 근처의 센베이과자 가게에 가서 돈 만큼의 과자를 사오게 되었다. 
“아줌마, 돈은 여기 통에 넣을게요, 천원어치 주세요.”
다음날부터 승혜씨는 그 가게 앞을 지나다니지 못하고 돌아다녔다. 그런데 며칠 후 멀리서 주인이 승혜씨를 부르는 것이었다. 
“얘, 우린 돈을 다 펴서 받는데 그날 너만 이 바구니에 직접 넣었어.”
말없이 돈을 받아온 승혜씨는 가게에 새 돈을 갖다 주어야 했기에 엄마한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의 어색하고 무안한 분위기란…. 승혜씨는 죄송하단 말까지 해야 하는 심부름을 하며 울고 싶었다.
나보다 강한 오빠의 장난을 물리치기 힘든 소녀, 관찰자로 사는 내성적인 여동생의 혼란을 엄마가 알았더라면 승혜씨는 그 시절이 그토록 힘들지는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한번은 교회에서 가족찬양대회가 있었다. 어른 찬송가에서 초등학생인 승혜씨가 아는 곡은 몇 곡 밖에 없었다. 작은 소리로 그 중 하나를 하자고 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오빠들 주장에 따라 생소한 곡으로 정하고 연습을 시작했다. 어린 승혜씨는 함께 참여해 잘 하고 싶어 따라해 보았으나 어려워 심통이 났다. 
“난 안할거야.”  “그래 하기 싫으면 넌 빠져.”
오빠들의 퉁명스런 말투에 승혜씨는 계속 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 주일 저녁 혼자 집에 남아 쓸쓸했던 승혜씨는 지금도 그 생각이 난다고 한다. 
요즘 교회에서 가족찬양대회에 나온 가족들을 보면 어린아이들 위주로 어른 모두가 율동을 하며 그 눈높이에 맞춰 노래하는데 그때 우리 집은 왜 그랬을까? 참 이상한 생각이 든다고….

전영혜 객원기자 gracejun10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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