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에 떨어진
동백꽃이 웃고 있다
떨어질지도
어디로 갈지도
알고 있었나 봐

 - 동백꽃 / 좋은날풍경 -

동백꽃은 세 번 핀다고 하지요.
나무 위에서 한 번, 떨어져 땅위에 한 번, 마음 속에 한 번.

지상에 핀 천상의 꽃

작은 꽃이 먼저 피는 봄.  땅을 바라보는 기쁨이 쏠쏠한 봄입니다.
수만 가지 초록빛을 담고 있는 작은 나무의 여린 새순을 보며 창조주 하나님의 눈빛을 생각해봅니다. 깨금발 뛰게 하는 상큼한 봄날 오후, 걸음을 뗄 때 마다 마음은 한없이 춤을 춥니다. 가느다랗게 푸른 줄기 늘어뜨린 버드나무 아래를 지나다가 봄바람에 떨어진 동백꽃을 만났습니다.
봄바람에 떨어진 동백꽃. 깨금발이 멈춰지고 봄 미소가 걷어 지는 듯 합니다. 동백꽃은 다른 꽃들과 달리 몽우리채로 툭, 떨어지지요. 그런데, 봄바람에 떨어진 동백꽃은 땅 위에서 저를 보며 활짝 웃어주었습니다. 떨어진 동백꽃을 눈망울에 담습니다. 그리고 눈빛으로 말을 건넵니다.
“봄바람에 신명나는 세상인데 그 바람에 떨어진 너는 섭섭하지 않니? 너의 환한 웃음은 무슨 의미니?”
“떨어질지 알고 있었고, 어디로 갈지도 알고 있어요.”
순간, 제 영혼이 붉게 발그레 졌습니다.
믿음으로 산다는 게 뭔지, 믿음으로 간다는 게 뭔지, 믿음으로 남는다는 게 뭔지…. 감히 믿음을 말하는 저에게 봄바람에 떨어진 동백꽃의 환한 웃음은 제 영혼의 가벼움을 참을 수 없게 합니다. 그때, 동백꽃이 저를 향해 똘망한 눈으로 말을 건넵니다.
“당신은요, 지상(地上)에 핀 천상(天上)의 꽃이에요. 겨울 같은 칼바람 속에도 찢어진 속살 핏덩어리가 되어도 희망을 노래하는 꽃이 되어 주세요. 세상의 돌팔매질에도 당당히 아름다운 꽃이었던 스데반의 웃음 같은 그런 꽃이 되어 주세요. 영원이란 거울 앞에 당신의 삶에 새겨진 예수의 흔적이 지상과 천상에 사랑의 노래로 비취는 그런 꽃이 되어 주세요.” 

그분의 꽃으로 세상에 피다

세 번 핀다는 동백꽃을 보면서 떠오르는 한 꽃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꽃입니다. 영원한 사랑에서 사시던 분이 조건 없는 사랑으로 겨울 같은 세상에 떨어져, 저주의 나무에 우릴 그의 사랑 속으로 들이시려고 붉은 보혈을 흘려주셨습니다.
그 보혈은 우리를 깨끗게 하셨고, 새롭게 하셨고, 정결케 하셨고, 의롭게 하셨고, 거룩케 하셨고, 자유케 하셨으며 우리로 그 사랑 안에서 완전케 하셨습니다.
그 사랑의 보혈은 영원 속에 핀 가장 아름다운 꽃이십니다. 꽃을 본다는 건 그 너머를 본다는 것이지요. 꽃 너머엔 그 나라가 있고, 그 나라엔 그 분이 계십니다. 꽃 너머엔 그 분이 계시고, 꽃을 보면 그분이 우릴 보고 계십니다.
우리가 세상을 산다는 건, 그분의 꽃으로 세상에 핀다는 것이겠지요. 우리의 모습이 어떠하든 우리는 세상에 최고로 보내신 그분의 사랑입니다. 사랑이 영원한 꽃이 되시던 부활절이 다가 옵니다. 우리의 영혼이 그분 앞에 부활되기를 꿈꾸기에 앞서 그분이 우리의 영혼에 찬란하게 부활하시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드려야겠습니다.
우리 안에 그분이 닫힌 문 앞에서 서성이지 않으시도록,
동백꽃 닮은 그분의 꽃이 되어 그분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길 기도합니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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