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장녀 이민아 씨가 별세했습니다. 지난 3월 15일. 그녀의 나이 53세였습니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이른 나이에 결혼,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쿨을 거쳐 캘리포니아주 LA지녁 검사를 지냈던 그녀는 성공의 아이콘처럼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녀에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청천벽력과도 같았던 첫아들의 죽음과 둘째아들의 자폐증세, 실명의 위기와 암선고에 이르기까지….
말로는 다 못할 아픔과 슬픔을 겪었지만 그녀는 끝내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1992년 회심한 그녀는 세례를 받고 지성인에서 신앙인으로 거듭납니다. 하여 2009년 목사 안수를 받았지요. 한국의 지성이라 불리는 그녀의 아버지, 이어령 교수의 회심 역시 바로 세상에 하나뿐인 딸 이민아씨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세간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그녀를 기억하는 건, 그녀의 배경이나 이력이 아닌 고난속에도 잃지 않던 미소와 그녀의 신앙이었습니다. 인정하기 힘든 고난의 순간에도 자신의 삶을 ‘고난이 아닌 축복’이라고 말하던 그녀의 얼굴이 생생합니다. 그녀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이 역시 영원한 이별이 아니기에 우리 또한 희망을 버리지 않겠습니다. ‘고난이 축복’이라는 당신의 고백을 삶속에서 찾으려 노력하겠습니다.
다만 좋은 친구를 곁에서 떠나 보내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슬픔임을 부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

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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