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책 |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이의수 지음, 한국경제신문 펴냄

책 제목이 서글프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라니….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40대의 현주소인걸….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 사회의 40대를 위로하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너무도 힘들고 아픈 40대의 자화상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간신히 어찌어찌해서 내 아파트를 한 채 마련했지만 어느 날 대출금 1억5천만원을 갚으라는 통지서를 받아들고 망연자실해버린 40대, 칸트를 읽고 푸시킨의 시를 외우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모처럼 나간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에쿠우스와 BMW를 모는 동창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40대, 경기고-서울대-하버드 출신의 사장과 경기고-고려대-보스턴대학 출신의 상무 사이에서 어느 줄을 탈지 몰라 방황하는 40대 등 그야말로 ‘리얼’한 40대의 모습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을 쓴 저자가 사랑의교회 사랑패밀리센터 책임자인 현직 목회자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저자 자신이 40대의 가장이고, 대한민국 중년 남성들의 고민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아버지재단의 대표인 탓인지 누구보다도 세밀하게 40대 남성들의 아픔과 외로움을 그려낸다.

직장에서는 상사에게 억눌리고 치고 올라오는 유능한 후배들에게는 무시당하고, 숨가쁜 변화의 소용돌이에 적응하지 못해 헐떡이고, 가정에서는 허리가 휠 것 같은 책임감에 그야말로 ‘아플 수도 없는’ 아니 ‘아파서는 안 되는’ 40대의 외로움과 아픔을 저자는 15개의 스토리와 메시지로 보듬고 토닥이며 위로한다. 그 위로는 똑같은 아픔을 지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40대 가장으로서의 공감을 바탕으로 한 위로이며, 현직 목회자로서 목회적 돌봄을 포함한 위로이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은 단순히 40대의 정서와 현실을 공감하고 위로하기 위함이 아니다. 저자는 모든 것이 결정된 듯이 보이는 ‘마흔’이란 나이에 대해 ‘진정한 의미의 도전이 가능한’이란 재해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결국 ‘흔들리지 않는 나이란 없는 것’이며, ‘다시 시작하니까 마흔’이라고 설명한다. 아무리 초라해도 지금의 나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며,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오는 가족은 궁극적으로 ‘내 인생의 행복 발전소’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인생의 가치를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지난 세월이 아름다웠듯이 우리의 미래도 아름다울 것’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더욱이 가슴 따뜻한 것은 우리의 비관적인 생각과 달리 ‘시간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현직 목회자이자 남성사회문화연구소 소장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의 수익금 전체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40대 가장의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헌금할 예정이다.

김지홍 기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