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소비캠페인] 8. ‘처음자리’ 그대로 두기

영화 클래식 엔딩장면을 기억하시는지. 지혜(손예진 분)와 상민(조인성 분)이 반딧불이를 보며 강가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은 한여름밤의 꿈같은 장면이다. 그런데 정말 꿈같은 일이 되버렸다. 돈으로 못하는 게 없다는 세상이지만, 청정한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반딧불이는 멸종 위기에 처해 한번 보는게 하늘에 별따기다.

 

 

 

한여름밤, 반딧불이를 만날 수 있는 곳

고기교회(안홍택 목사) 교인들은 지금도 여름이면 반딧불이를 본다. 한여름밤이면 교회 뒤 저수지에서 들려오는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반주삼아, 반딧불이가 보여주는 불빛의 아름다움을 감상한다.

교회 뒤에 계단식으로 형성된 작은 저수지는 사실 텃밭으로 가꾸던 터였다. 자연스레 지하수가 흘러 샘이 나고 그곳에 여러 생명들이 서식하기 시작한 걸 알게된 후, 교회는 굳이 흙을 메우지 않고 그냥 두었다. 그리고 그 곳을 ‘처음자리’라 불었다. 처음 이 땅이 지어졌을 그 때, 자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왜 흙을 메워 밭으로 사용하지 않느냐고, 그게 아니면 건물을 세워 좀 더 그럴싸한 공간으로 사용해 성도들을 모으지 않느냐고 사람들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럴 때 마다 안 목사는 “그냥 두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단다.

“봄이 되면 개구리, 도롱뇽, 두꺼비, 가재, 반딧불이가 와서 살아요. 심지어 뱀도 있고요. 지난 3월 초 봄비가 내린 후에 개구리가 알을 낳았어요. 날이 따뜻해지면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겁니다. 이 작은 저수지에 큰 새들도 날아와요. 황새나 청둥오리, 왜가리 같은…. 천둥오리 개체수가 20마리가 넘는다는 걸 여기서 알았어요.”

 

 

 

 

 

 

‘그대로 둠’의 미학

“교회는 성장하려고 하고 마을은 도시화하기 바쁘죠. 하지만 우리교회는 성장이나 발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무언가 자꾸 만들고 세우려하면 거기엔 하나님의 개입이 자연스레 줄기 마련입니다. 그냥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은 자연의 이치요, 하나님의 손길을 잠잠히 기다리는 것이지요.”

삶과 신앙 모두에 있어 인위적인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말하는 안 목사. 그의 말처럼 고기교회에서는 인위적인 것을 찾기 힘들었다. 교회 곳곳에서 느껴지는 여백은 오히려 그 분의 손길이 느껴지는 듯 했다. 교회로 들어가는 구불구불한 길과 ‘30명 남짓 들어갈 수 있을까’싶은 작은 예배당, 그 예배당 주위의 터가 그러했다.

 

 

 

터전을 잃은 생명들

교회 뒤 작은 저수지말고도 교회 인근엔 큰 저수지가 있다. 이곳은 단순히 저수지가 아니라 크고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2년 전 골프장이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이 저수지는 생태계의 보고와 같은 곳이었다. 황새, 왜가리, 청둥오리, 가재, 두꺼비 등 백과사전에서나 볼 수 있던 다양한 동․식물의 안식처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원래 생태공원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이 곳에 난데없이 골프장이 세워졌다. ‘수도권 최초로 생긴 수상골프장’이라는 그럴싸한 타이틀을 걸고…. 골프공이 날아다니는 저수지 한 켠엔 여전히 이 곳을 떠나지 못하는 새들이 물가에 앉아 쉬고 있었다.

고기교회 성도들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시에서 허락한 일이라 더 이상 막을 방도는 없었다. 수생식물과 동물들이 살아갈 최소한의 부지는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에 요청해 저수지 한 켠에 보를 만들었다. 지금도 저수지에는 여가를 즐기러오는 사람들과 생존을 위해 이곳을 찾는 생명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저수지로 골프공이 물위를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순간 어디선가 왜가리 한 마리가 날아와 자리를 잡았다. 먹이를 찾는 듯 한 왜가리의 모습이 왠지 처량해보인다.

 

 

 

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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