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혜 씨는 오빠 얘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다.

비슷한 오빠 둘과 함께 자랐으니 많은 일이 오빠들과 함께 승혜 씨의 삶에 녹아있음은 자명한 일이리라.

육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오빠들은 승혜 씨에게 늘 큰 존재였다.

승혜 씨가 중학생이 되자 오빠는 교과서에 나오는 영어 회화를 외우도록 상대역을 해주며, 발음도 자연스럽게 알려 주었다. 과외 공부를 가르칠 때면 승혜 씨도 넣어 주어 수학 과학을 앞서 알아가게 해 주었다

지금도 오(O)산, 하(H)수, 엔(N)질소, 염소(Cl), 불소(F)라고 원소기호를 노래하는 승혜 씨는 30년 전 기억을 얼마 전 본 영화처럼 얘기한다.

"작은 오빠는 그 즈음 특별히 신앙이 좋았는데 새벽기도를 갈 때면 15분되는 교회까지 함께 뛰곤 했어."

"그때의 예배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찬 공기를 마시며 오가던 길, 가르쳐 준 영어 복음송은 지금도 부를 수 있다."고 말한다.

 

I'm happy today, I'm happy today with Jesus Christ I'm happy today.

He's taken all my sins away and that's why I'm happy today.

하나를 익히고 나면 조금 더 어려운 문장으로 된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I know the Lord will make a way for me.

I know the Lord will make a way for me.

If I look to him and pray darkness night was turn today.

당시 승혜 씨 가정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단칸방에 마루 하나 달린 집이었지만 그런 것이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은 오빠와 함께 이렇게 즐거운 배움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하긴 그때 가계에 보탬을 위해 승혜씨 엄마는 책상보에 수놓는 일이나 플라스틱 조립하는 부업을 집에 가져 오시곤 했는데 밤에 그런 일을 하면서도 다같이 열심히 돕는게 좋았을 뿐이었다고 한다. 또 덕분에 지금도 바느질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오빠는 형이상학에 대한 개념을 형이하학과 비교해 설명해 주었는데 그것은 승혜 씨의 인생에 큰 줄을 그어주었다. 사춘기에 철학적인 사고를 하게 해 주었고, 많은 한국 단편소설과 고전을 읽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었다. 어려운 현실을 넘어 그 이상의 생각을 하게 해 준 오빠는 대학교에서 합창이나 뮤지컬 공연이 있을 때면 승혜 씨를 데려가 다양한 문화도 접하게 해주었는데, 그런 기회를 가지며 승혜 씨는 중학생으로서 이런저런 꿈을 꿀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오빠-동생의 출생순위는 태어날 때 정해져 평생 가는 정말 특별한 만남이다.

몇 년 차이의 오빠가 배운 것을 동생에게 전수하고, 동생은 훌륭해 보이는 오빠의 가르침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승혜 씨의 오빠는 정말 특별했던 걸까?

오빠 생각을 하는 승혜 씨가 추억을 미화하고 있는 걸까….

많은 세월이 지난 요즘, 승혜 씨는 오빠-동생으로 살던 그 시절같은 자신의 아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기억을 가지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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