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질서를 보존합시다” 환경․소비캠페인 ⑦

촛불 앞에 숙연해진 사람들

적나라한 인공조명과 달리 조용히 제 몸을 태워 빛을 밝히는 초는 작은 불빛이지만 따스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전등을 끄고 초를 켜니 어둠속 유일하게 빛나는 그 초처럼, 분주했던 마음과 시선 모두 자연스레 한 곳으로 모인다. 신기하게도 주변은 더 고요해졌다. 다만 초가 타들어가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부천에 위치한 지평교회(이택규 목사)는 올해부터 전등을 끄고 초를 켜기로 했다. 촛불을 켜고 예배를 드리는 시간만큼은 세상의 소리가 평소보다 더 크게 들리는 듯 하다. 평소 같으면 별 신경 쓰지 않고 소리 내던 작은 동작도 조심스러워 진다. 촛불은 그런 힘이 있다. 그 누구에게 지시도 강요도 하지 않았으나 사람들은 촛불 앞에서 숙연해진다. 밝기론 촛불과 비교할 수 없는 인공조명에겐 그런 힘이 없다. 신기한 일이다.

지평교회는 지난 1월 마지막 주일예배를 ‘생명촛불예배’를 드렸다. 교우들과 상의해 열두달 중 다섯째주일이 있는 달에만 우선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 날엔 단순히 전등만 끄는 것이 아니다. 십자가를 밝히는 불 외의 모든 전기를 끄고 단지 촛불에 의지해 예배를 드린다. 히터, 앰프, 마이크 등 모든 전자기기를 끄고 촛불을 켜니 예배당은 더 고요해졌다.

“1월은 추운 겨울이잖아요. 실제로 1월 마지막 주일예배날도 추운 날씨였는데 몇몇 분들이 추워하시는게 보였어요. 하지만 교우들의 동의없인 할 수 없는 일이죠. 취지에 공감하고 시작한 일이기에 교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입니다. 몇 분 추워하시는 분이 있긴 하지만요. 환경운동은 그렇잖아요. 생각과 몸이 따로 노는게 문젠데 생각으로는 이해하고 동의하지만, 편한 것에 익숙해진 몸을 길들이기가 쉽지 않죠.”

 

 

 

상황에 맞는 창조적 시도가 중요

그런데 반응은 두가지였다. 평소 실내온도를 많이 높이지 않고 내복을 든든히 입는 이들은 그리 추워하지 않았으나 노인분들과 패션에 신경을 쓰는(?), 내복을 입지 않는 청년 몇몇은 유독 추워했다. 이 목사는 평소 습관이 여실히 드러난 날이라고 덧붙였다.

“내복만 입어도 그 체감온도는 1~2도는 차이가 날 정도예요. 내복은 겨울에 꼭 입어야 합니다. 사실 주일날 하루 1~2시간 예배 때만 전기를 안 쓴다는 게 절감효과측면에선 그리 크지 않다는 걸 저도 압니다. 하지만 한 교회가 아니라 한국교회가 주일날 하루 동시에 1~2시간 소등한다면 그 파급력은 대단하겠죠.”

사실 큰 대형교회에선 이러한 시도가 무리인 건 사실이다. “몇 천명, 몇 만명이 되는 큰 교회라면 이런 시도는 꿈도 못 꾸죠. 저희는 작은교회이기 때문에 가능한겁니다. 꼭 전등을 끄고 촛불을 켜자는 게 아니라 창조적으로 교회에 맞게 다양한 시도를 계속해서 시도한다면 조금이나마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지평교회의 전교인은 어린이를 포함해 70여명이다. 아담한 예배당은 전등을 끄고 초를 켜도 그리 불편하지 않은 규모였다.

 

 

 

박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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