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슬픔

비가 내립니다. 그 비속엔 누군가의 눈물이, 누군가의 땀이 들어 있을 것입니다. 지상은 그렇게 눈물과 땀이 스민 땅입니다. 누군가 “하나님은 평안보다 성숙을 우선시 하신다”라고 했지요. 얼마나 큰 위로인가요.내게 없는 평안이 그런 이유라면, 하나님과 영원을 살려면 얼만큼의 성숙이 필요할까요.

오늘 같은 날은 그런 아픔을 넘어 성숙의 길을 나아가는 풀꽃 같은 한 공동체가 생각납니다. 경남 밀양에 위치한 “아름다운 공동체”라는 공동체입니다. 몇몇 가정이 성경적 공동체를 꿈꾸며 이권과 누림을 내려놓고 이웃과 장애우를 섬기며 생활 공동체, 사역공동체를 일구어는 공동체입니다.

가끔 지친 사람들, 상한 영혼들, 쉼이 필요한 이들이 전국 각지에서 이곳을 찾아와 함께 먹고, 함께 자고, 함께 예배하며 문제를 사랑하게 되는 법을 얻고 돌아갑니다. 그렇게 전국 각지에 풀꽃 같은 아름다운 공동체 친구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아름다운 공동체에 작은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공동체를 사랑하는 지인들과 공동체를 꿈꾸며 배워가는 이들이 한데 모인 따뜻한 콘서트였습니다. 1부에는 공동체 식구들이 통기타와 하모니카, 리코더 등 손 악기로 합주를 했습니다. 테크닉을 뛰어 넘는 그리운 감성, 그 너머의 영성까지…. 마치 영혼의 고향에서 들려오는 아득한 소리 같았습니다. 착한 이들의 눈물어린 풍경 너머로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를 생각해 보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슬펐습니다. 잃어서 오는 슬픔이 아니라, 잃은 걸 깨닫는 슬픔. 영혼을 적시는 눈물이 아니라, 영혼을 씻기는 눈물. 맑은 슬픔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즐겨 불렀던 동요를 꽤 긴 시간동안 함께 불렀습니다. 정지해 있던 동심이 다시 일어나는 듯했지요.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동요 ‘등대지기’의 노랫말이 이토록 아름다웠는지 이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 그 마음을 꿈꾸고 닮아가려는 소박하고 착한 이들의 몸부림. 한명 한명이 풀꽃 같이 맑고 예쁜 영혼들처럼 여겨졌습니다. 그 속에 내가 있음이 기쁨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꽃씨를 닮은 마침표를 찍는 사람들

2부 ‘좋은날풍경 미니 콘서트‘ 차례입니다.

별이 더욱 빛나는 시간임에도 모두가 자리를 떠날 줄 모릅니다.

‘어떤 노래를 부를까.’

풀꽃 같은 이들을 보면서 나태주님의 ‘풀꽃’이란 시가 생각났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저는 많은 노래들 중 유난히 꽃노래를 좋아합니다.

제 향기, 제 모양, 제 빛깔로 사는 것이 제 사명이라고 늘 제게 말하기 때문에, 꽃 너머엔 그 나라가 있고 그 나라엔 그분이 계시기 때문에, 우리로 지상에 심기운 천상의 꽃이라 여기시는 그분을 알기 때문입니다. 여러 해 꽃을 보며 가락을 입힌 짧은 노래들을 몇 곡 불렀습니다.

 

 

‘꽃밭에 주저앉아 꽃씨를 심는 한 아이’

[좋은날풍경 / 꽃씨를 심는 아이]

 

 

그런 아이 같은 세상. 누군가의 가슴에 꽃씨를 심듯 살아가는 모습.

끝내, 꽃씨를 닮은 마침표를 찍는 사람들. 그런 풍경을 꿈꾸는 노래입니다.

 

 

‘떨어져 거무죽죽해진/ 목련 꽃 목련 꽃/ 애틋하게 보이지 않는데/어찌 좋아한다 말하랴’

[좋은날풍경 / 목련꽃]

 

 

꽃이 진 정적의 자리를 아름답게 볼 줄 안다면 사람을 어떻게 보게 될까요.

싫은 것을 불쌍하게 볼 줄 아는데 얼 만큼의 세월이 필요할까요.

모든 것, 그 너머를 보게 되는 날, 지상 슬픔이 소풍처럼 여겨지는 날을 노래합니다.

 

 

‘봄바람에 떨어진 동백꽃이/ 웃고 있다/ 떨어질지도 오디로 갈지도/ 알고 있었나 봐’

[좋은날풍경/ 동백꽃]

동물을 가만히 보면 하늘이 입혀준 옷을 입고 인간이 가린 곳은 가리지 않습니다.

에덴을 그리워하는 걸까요, 에덴이라 여기는 걸까요? 아니면 에덴을 고대하는 걸까요?

에덴을 등진 인간은 문명 속에서 길을 잃은 듯 어지러운 세상입니다.

동백꽃은 아는 듯합니다. 떨어질지도 어디로 갈지도….

‘꽃잎은 밟혀도 향기만 낼 뿐’

[좋은날풍경/ 꽃잎]

 

 

쓰레기 더미 속 핀 민들레꽃

누군가의 이런 글을 썼습니다.

“쓰레기 더미를 헤집고 나오는 민들레꽃을 보면서 세상이 온통 불평등 투성이라 외치던 내가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밟혀보면 압니다. 그 속에 든 것이 무엇이었는지…. 꽃잎 같은 신앙, 쓰레기 더미를 헤집고 나오는 민들레 같은 신앙의 삶이기를 노래합니다.

인내로 나무를 키우면 우주의 열매를 맺는다 하지요. 아름다운 공동체는 그런 인내의 나무를 키우며 그 그늘을 드리워갑니다. 사랑이란, '나와 당신'이 아니라, '나의 당신'이라 부르게 되는 것이라지요. 아름다운 공동체는 그런 사랑을 배워가고 익혀가고 있었습니다. 슬픔은 영혼의 무디어진 감각을 깨운다고 하지요. 그 슬픔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참 아름답습니다.

벗님, 슬프신가요? 외로우신가요? 아름다운 공동체를 찾아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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