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감정을 통해 도달하는 영적 성숙의 길

감정, 영혼의 외침 | 댄 알렌더·트렘퍼 롱맨 3세 지음, IVP 펴냄

얼마 전, 아는 사람으로부터 심리 상담이 대단한 유행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열리는 관련 세미나에는 주부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유명한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에게 상담을 받으려면 그 비용도 엄청나려니와 겨우 10여분 상담을 받기 위해 몇 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왜 이런 치유나 상담에 주부들이 폭발적으로 몰리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나를 이해하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가족이라는 큰 틀에 매몰되어 있던 주부들이 개체로서의 자아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가족과 자신을 분리시켜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좀더 쉽게 말하면, 한 남자의 아내로, 아이들의 어머니로, 내조와 양육에만 매달리던 주부들이 한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분리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이야기다.

더욱이 남편은 일로 바쁘고, 다 큰 자녀들은 부모의 곁을 떠나면서 그 공허감을 채울 길이 없어진 중년 이후의 주부들이 이런 상담과 치유 쪽에 더 적극적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어쨌든 심리학적인 측면에 일반의 관심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 책 ‘감정, 영혼의 외침’에 눈길이 가는 것은 최근의 이런 경향 때문이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책이 말하는 핵심적인 요지, 즉 ‘부정적인 감정을 포함해 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들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마음을 보게 해주는 창문’이라는 주장에서 기존의 심리학 서적이나 치유·상담 서적들과는 차별화된다.

저자인 기독교 심리학자 댄 알렌더와 구약학자인 트렘퍼 롱맨 3세는 우리의 감정이라는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다소 특이한 경로를 선택한다. 기존에 나와 있는 정신·심리학적 이론들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 시편에서 감정의 원류들을 찾아간다. 우리가 흔히 부정적 감정으로 이해하는 ‘분노, 두려움, 질투, 절망, 경멸, 수치’와 같은 감정들을 통해 저자들은 감정은 도덕적 토대와 관계없는 가치중립적 요소가 아니며,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과 연결되는 중간적 과정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우리가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은 관리되고 통제될 대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해되어야 할 대상이며, 이러한 이해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하나님을 좀 더 깊이 알기 위한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김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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