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캠페인]5.성전꽃꽂이 대신 화분으로 대체하기

종이컵, 호일접시, 비닐 랩, 플라스틱 포크, 나무젓가락…. 이것들은 모두 일회용품이다. 우리 일상 속에 무수히 자리한 일회용품들은 숨을 쉬지 않는다. 무생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회용품 중에는 생명이 담긴 것도 있다. 바로 교회 성전미화용으로 많이 쓰이는 꽃꽂이의 꽃이다. 분명 하나의 생명이건만 성전용 꽃꽂이로 사용되는 꽃이 생존(?)하는 기간은 길어야 고작 2~3주 정도.

“잡초란건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 이름을 모를 뿐이지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어떤 것은 이름이 있는 식물, 어떤 것은 그저 잡초로 지으시지 않으셨잖아요. 다만 사람이 구분했을 뿐입니다. 이름이 없다고, 볼품없다고 잡초라 치부하고 쳐버리는 거죠. 사람으로 치면 그 목을 쳐내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꽃꽂이도 같은 이치이죠. 분명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한 생명인데 잠깐 보기 좋게 하기위해 무참히 꺽어버리는 건 잔인한 일입니다.”

20년 전 은광교회 이동준 목사는 성전 미화를 위해 놓은 꽃꽂이가 눈에 밟혔다. 말은 못해도 숨쉬고 자라는 생명인 것을, 잠깐 사람 보기 좋으라고 무참히 줄기를 댕강 잘라 화병에 꽂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교회가 지향하는 바, 생명을 살리는 일은 어느 것이든 소중하다는 생각에 꽃꽂이 하나도 그냥 버리는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무심코 습관처럼 해오던 성전 꽃꽂이를 없애고 화분으로 대체한지도 20년이 흘렀다.

“성전꽃꽂이를 봉사하는 성도 몇몇이 꽃꽂이 대신 화분으로 바꾸는 것에 서운해 하기도 했습니다. 평생 꽃꽂이라는 자신의 재능으로 교회에 봉사를 해왔는데 그 자리를 빼앗긴 기분도 들 수 있지요. 하지만 심미적 가치와 대조되는 본래의 기독교 정신을 성도들과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땅에 예수 그리스도가 온 건 생명을 살리고자 함이었습니다. 아무리 말 못하는 식물이라해도 분명 생명입니다. 단 1~2주를 위해 그 생명의 줄기를 잘라버리는 건 그리스도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어긋나지 않나요?”

2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수많은 화분이 모였다. 사실 화분으로 대체하기만 하면 간단한 일 같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한 여름이야 괜찮지만 추운 겨울이면 화분의 식물들이 얼어 죽거나 말라 죽는 일이 다반사. 그래서 은광교회는 근처 화원에 의뢰해 화분관리를 맡기고 있다. 화분들은 주일 외에 날은 화원으로 옮겨져 전문가의 보살핌을 받는다.

작은 생명에도 사랑과 관심은 필요하다. 번거롭더라도, 힘이 들더라도 한 생명을 그냥 지나치지 말자. 예수가 우리에게 그러하셨듯이….

박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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