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캠페인] 농촌교회와 유기농 쌀 직거래하기

쌀 한톨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될까? 겨우 0.2~0.3mmg에 불과한 쌀 한 톨에는 많은 이들의 수고와 땀, 그리고 사랑이 담겨있다. 한여름 농부의 땀, 늦여름에서 가을 사이의 태풍 몇 개, 바람과 해…. 식탁위에 놓인 밥 한 그릇은 수많은 정성과 손길이 스쳐간 결실이다.
 그러나 정작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때, 우리는 밥 한그릇을 위해 수고한 이들의 노고 보다, ‘어떻게 해야 더 싸고, 더 많이, 더 빨리 재배하고 판매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다. 생명의 가치보단 효율성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비단 주식인 쌀뿐 아니라 그 어떤 것이든 우리는 합리적이고, 편리한 것을 사용하고 선택하는데 익숙해져버렸다.
2012년 1월부터 한미FTA가 본격적으로 체결되면서 농·수산시장에 불안한 기운이 도는 요즘, 서울의 한 작은 교회가 논·밭을 가꾸는 농촌교회와 아름다운 동행을 16년째 이어가고 있다.

굳이 비싼 쌀을 살 이유가 있나
명동의 거대한 빌딩들 사이에서 묵묵히 4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향린교회(조헌정 목사)는 전북 완주의 들녘교회에서 유기농 쌀을 포함하여 성도들이 생산하는 농산물을 직거래로 구입하고 있다. 이 일은 1993년 교회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교회 갱신선언’을 계기로 맺은 전북 완주 들녘교회와 자매결연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들녘과 인연을 이어온지 10여년을 훌쩍 넘긴 지금과 달리 처음엔 교인들의 반발도 있었다.
‘마트가면 더 싼 쌀도 많은데 성도들 헌금으로 굳이 비싼 쌀을 교회에서 살 이유가 있나?’, ‘비싸게 샀는데 시중의 쌀보다 그리 좋아보이지도 않은데….’
크게 두 가지였다. 비용과 상품성. 이 두가지면에서 향린교회 성도들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농가의 어려운 현실과 동시에 주식인 쌀을 먹는 한국인 모두에게 이어지는 세계경제의 불의한 구조, 그리고 농약과 화학비료 등 무서운 재배현황을 성도들이 알게 되면서 유기농 쌀 뿐 아니라 들기름, 참기름, 팥, 마늘, 감자, 고춧가루 등 들녘에서 키운 작물들을 사는 교인들이 늘어갔다.
“처음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포장도 직접 하시는 거라, 한여름엔 쌀에 벌레가 꼬이기도 하고, 쥐가 갉아먹기도 하고…. 그때마다 교회는 비상이 걸렸죠. 관리집사님이 쥐를 굉장히 싫어하세요. 그래도 꿋꿋하게 끈끈이며, 약으로 쥐를 잡으려고 24시간 긴장을 늦추지 않으셨어요.” 생명위원장 심미용 집사는 향린곳간을 운영하며 겪었던 일들을 회고했다.
“예배가 끝나고 교회마당 한 켠에서 직접 판매를 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는 성도들 중에는 일부러 배낭을 메고 오셔서 쌀을 사가시는 분도 있어요. 한꺼번에 들고 가기 무거우니까 소량으로 여러 번 사가시기도 하구요. 매 주일 점심은 들녘에서 올라온 유기농 쌀로 밥을 짓는데, 밖에서 식사하던 청년들도 이제는 점심을 꼭 먹고 가요.” 16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 풍경이라고 심 집사는 덧붙였다.

한 해 소비한 쌀이 약 3000kg
지난 2010년 한해 향린교회가 소비한 쌀은 약 3000kg.
결코 적지 않은 양이다. 그 외 들기름, 들깨가루, 서리태, 팥, 마늘, 고구마, 감자, 고춧가루를 비롯하여 총 거래금액은 2천만원대를 육박한다. 어마어마한 숫자가 오고 가지만, 두 교회 중 어느 곳도 자신들을 ‘생산자-소비자’의 일방적관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받는 것이 아닌, 서로를 살리기 위한 비움을 통한 나눔인 것이다.
결연은 단순한 도시-농촌간의 직거래 관계가 아니다. 들녘과 향린 두 교회는 농촌과 도시, 농촌교회와 도시교회가 운명적으로 하나이며, 서로를 배제해서는 결코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없는 ‘운명공동체’임을 인식했다.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고 구입하는 관계를 넘어 두 교회의 자매결연은 도시와 농촌의 삶과 선교에 있어 서로 연대하고 격려하며 협동하는 것이다.
농산물과 들기름, 참기름을 비롯한 농산품이 오갈 때는 서로의 마음도 오고 간다. 향린교회는 해마다 2-3회 농활단을 구성해 들녘교회를 방문, 같이 모내기도 하고 피를 뽑으며 농부들의 수고에 조금이나마 동참하고, 들녘교회를 중심으로 한 농가와 교류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소비자로써 서울에서 받아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의 소통이 오고 간다.
생명을 아끼고 보존하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유기농 쌀 직거래는 도시에 사는 이들에게 건강을, 농촌을 지키는 이들에겐 땅을 가꾸는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힘을 실어주었다. 생명이 살아나는 밥상, 우리도 이 밥상에 함께 숟가락을 올려보면 어떨까.

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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