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올해 총신대 신대원 입학한 전신마비 장애인 안성빈 씨

‘오직 입으로만 사는 남자’ 안성빈(41, 신천교회)씨가 올해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한다.
안씨는 경추종양으로 27살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됐다. 식사 및 신변 처리, 목욕, 청소, 외출 등 안씨의 일상적인 활동은 활동보조인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상태다.
9년째 혼자 독립해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안씨는 2005년 장애인인터넷방송인 ‘희망방송’에서 개최한 장애인스타콘테스트 동상 수상을 계기로 ‘CCM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4년 전부터는 아예 시각장애인 3명과 함께 중창단 ‘희망새’를 조직해 방송 및 교회사역, 일반 행사 등에 초청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합격의 영광
장애인이 되기 전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한 안씨가 신학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것은 재작년 여름.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혼자 준비하다보니 지난해 한차례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실망하지 않고  스터디 모임에 가입해 열심히 준비한 덕분에 올해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들도 만났다. 1년 간 동고동락을 함께 했던 스터디 멤버 11명 가운데 8명이 합격하는 기쁨도 누렸다.
“1년 간 활동보조인의 주 역할이 책 넘겨주는 일이었어요. 책을 읽다가 여기 여기 빨간색 줄 쫘악~ 그 아래는 노란색 줄 쫘악~ 저는 할 수 없으니 이런 식으로 공부했죠.”
합격의 기쁨도 잠시, 준비된 활동보조인 없이 당장 1월부터 2012년도 신입생을 위한 동계어학강좌를 위해 기숙사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안씨는 막막하기만 하다. 신입생이나 재학생 가운데 활동보조인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그러나 의지가 있어 활동보조인을 자원한 신청자가 있더라도 활동보조인이 되려면 40시간 필수교육을 마쳐야 한다. 올해 함께 합격의 영광을 안은 고경호(38, 지체1급)씨가 걱정이 돼 안씨에게 전화를 해올 정도. 경호 씨는 공부를 위해 용인으로 아예 이사를 할 계획이다. 그런데도 안씨는 오히려 담담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미리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함께 공부했던 스터디 그룹에서 자체 회의를 거쳐 기숙사 같은 방을 지원해 돕기로 결정한 것.

‘입만으로도 잘 노는’ 장애인
성빈 씨는 현재 복지부 180시간, 서울시 특례 150시간, 송파구 60시간 등 한 달 총 390시간의 장애인 활동보조 바우처를 사용한다. 하루 평균 13시간, 밤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활동보조인과 생활하는 셈. 활동보조인에게는 시간당 평일 6,230원, 야간/주말 6,870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도 갈 수 없기 때문에 밤에 속이 안 좋을 때는 정말 간절한 심정으로 기도합니다. ‘하나님~ 제발 이 밤을 무사히 지낼 수 있도록 해 주세요’라고 말이죠.”
헬스스카이TV에서 방송 진행 경험이 말해주듯 안씨는 입담이 좋다. 장애인 단체에서도 각종 행사의 진행을 도맡아 할 정도로 ‘입만으로도 잘 노는’ 장애인이다. 주변 장애인들이 ‘장애인도 이렇게 즐겁게 놀 수 있구나’하고 놀랄 정도라나?
유쾌한 성격 덕분에 만나는 사람을 편하게 해줄 뿐 아니라 즐겁게 해주는 남다른 재주를 갖고 있다. 그와 얘기를 나누다보면 그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 그래선지 그 주변엔 항상 사람들이 있다. 최근 암 선고를 받고도 보건소 재활훈련에 열심인 장애인에게는 “이러다 올림픽에 나가겠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2012년 성빈 씨의 새해 소망을 물었다. 당연히 “열심히 공부해 좋은 사역자가 되는 것”이다. 3년이라는 과정이 만만치 않겠지만, 성도의 아픔을 온몸으로 이해하는 가슴 따뜻한 사역자를 기대한다.(총신 신대원 신입생 가운데 활동보조인으로 안성빈씨와 함께 하기를 원하시는 분은 전화주세요. 010-9763-9720)


조수연 객원기자 pdwriter@songp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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