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질서를 보존합시다” 환경·소비캠페인]3 마을에 나무심기

빌라 한 켠에 쌓인 쓰레기가 40봉지

빌라 한 켠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데 50리터 쓰레기봉투 40개가 들었단다. 쓰레기하치장도 아니고, 실제 10여 가구가 살고 있는 빌라 한 동 마당에서 나온 쓰레기 양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처음엔 조금이었어요.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만 내놓았던 것이 점점 쌓이면서 그 빌라 주민이 아닌 동네사람들까지 쓰레기를 몰래 갖다 버리기 시작했죠. 책임지고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보니까 쓰레기만 계속 쌓이는 거예요. 이게 어느 정도 한계를 넘어버리니까 어느 누구도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아무도 감히 손을 댈 생각을 못했죠.” 방원철 목사의 말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이 사실 어려운 일이지만, 빌라 앞 공터에 쌓인 쓰레기들을 책임지는 건 그저 쓰레기봉투 값과 약간의 노동이면 된다는 광동교회 성도들. 일단 규격봉투에 담기만 하면 그 다음은 청소용역업체의 몫이라는 것이다.
“교회에서 한 일이라곤 쓰레기봉투 비용과 인력을 담당한 것 뿐에요. 그래서 다 치워놓으니까 또 다시 쌓이더라구요. 두 번째 치우고 나니까 더 이상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없어졌어요. 쓰레기장이라 여겼던 고정관념이 깨진거죠. 1층에 새로 이사온 할머니 한 분이 그 때부터 공터에 화분을 놓고 꽃도 심고 이젠 예전의 그 공터가 아니예요.”

남의 땅에 꽃 심기


봉천동 언덕에 자리한 광동교회(방원철 목사)는 교회가 세워진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생태운동을 해왔다. 그 중 하나가 교회울타리 너머를 가꾸는 일이다. 이름하여 ‘남의 땅에 꽃심기’다.
서울이 점점 발전해가면서 도시의 풍경은 달라졌다. 1-2층의 단독주택 건물이 대부분이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집 앞 뜰에 나무 한두 그루 심는 것은 보통일이었다. 서울의 집값이 오르면서 수익성을 위해 3-5층의 다세대 주택형태로 재건축하면서 그나마 있던 나무들도 다 잘라버렸다.
건물을 신축할 때는 건물 크기에 비례하여 얼마 정도의 녹지를 만드는 것이 현행법이나, 사실 이 녹지가 잘 유지되는 경우가 드물다. 콘크리트 위에 적은 흙을 부어 대충 화단을 만들어놓고 입주자들이 입주한 뒤론 어느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아 방치되어 이내 쓰레기더미가 쌓이는 게 대부분이다.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공동주택이어서일까? 만약 내 집안의 뜰이었다면 쓰레기가 쌓이게 두지 않았을텐데…. 그래서 광동교회 성도들은 생각했다. 꼭 내 집이 아닌 남의 땅이면 어떠랴. 척박한 땅에 심긴 꽃 한송이를 보고 오고 가는 이에게 잠깐의 여유를 만들어줄 수 있다면…. 오롯이 자기의 생명을 피워내는 꽃과 나무를 보며 생의 아름다움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교회가 행동에 옮긴 첫 번째 일은 교회 마당을 튼 것이다. 담을 허물고 대문도 없앴다. 보기좋게 시멘트로 깔면 좋으련만 끝까지 흙바닥을 고집한 이유는 따로 있다. 흙밟기가 어려운 서울 땅에서 살면서 조그마한 땅이나마 흙을 밟고 삶의 쉼표하나 찍을 공간을 마련했다.
그때부터 교회 마당을 꾸미는게 아니라 소위 교회 밖 ‘남의 땅’을 가꾸기 시작했다. 산수유 70그루를 교회 근처 관악중학교 축대 위에 심었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교회가 위치한 봉천6동의 동사무소에서 실시하는 식목행사에 협력요청이 왔다. 나무와 봉사자를 협조해 달라는 것이다. 마침 교회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여서 동사무소를 도와 나무 수그루를 함께 심었다.
교회 울타리 밖을 가꾸는 일은, 비단 나무와 꽃심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도 매월 셋째 주 주일이면 예배 후 성도들이 다함께 빗자루를 들고 거리로 나간다. 그렇게 교회주변 골목을 청소한지 벌써 7년이 넘었다.
이 시대 가운데 살면서 하나님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으셨다” 하는 그 모습, 그 형상을 할 수 있는 데까지 지켜내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 여기는 광동교회 성도들의 생각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사랑한다고 할 때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환경을 잘 보존하고 가꾸는 일은 그것 자체로 상대방을 사랑하는 방법에요. 지금 곁의 이웃뿐 아니라, 후손들은 우리 뒤에 오는 미래의 이웃입니다.”
미래의 이웃이 될 그들에게 지금의 이 아름다운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전해주는 것 또한 이웃 사랑이라 말하는 광동교회 성도들. 풀 한 포기를 잘 가꾸는 것이 하나님 사랑이자, 나아가 이웃 사랑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박정은기자 springday@iwithjes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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