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고 시작하는 이 계절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대표적 인물 강영우 박사님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을 감동으로 녹이고 있습니다. 강 박사님이 세상을 떠나게 됐다는 슬픈 이야기인데도 우리는 감사와 감격으로 가슴이 촉촉해 집니다. 삶과 죽음의 한계에 서 있는 한 존재의 고백을 통해 그 순전한 믿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또 우리는 그렇게 순전한 믿음을 바라고, 그리워하며, 또 목말라 하나 봅니다.
강 박사님은 성탄절을 이틀 앞두고 지인들에게 자신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것을 이메일을 통해 담담히 알렸습니다. 갑작스럽게 죽음이 다가와 있음에 대한 원망도, 회한도 없습니다.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 받은 삶을 살아 온 제가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 받아 감사하다… 췌장암 말기로 의료진으로부터 한 달이라는 시한부를 선고받았다…귀하를 통해 내 인생이 더욱 빛났다….”
또한 자신의 장애를 생각해서인지 장애인을 향한 유언을 영상으로 가장 먼저 쏟아놓으십니다. 영상 속의 강 박사님 목소리와 모습은 여전히 펄펄 뛸 것 같은 에너지가 느껴지고 있습니다.
“장애를 저주로 생각하고 원망하고 불평하는 삶을 살면 그대로 돼요.”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하는 사람들에게 바이블 같은 말씀이겠지요. 또한 장애를 주신 뜻에 따라 살면 빛난다는 역설이기도 하지요. 이 말에는 장애인을 향한 애정이 스며 있습니다. 강 박사님은 어린 시절 택시기사가 승차를 거부하고, 버스 차장이 밀어내는 등 멸시와 천대의 밑바닥에서 예수를 믿고, 그 은혜로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분은 중학교 시절 닥친 자신의 실명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실명을 통해 하나님은 제가 상상할 수 없는 역사들을 이뤄내셨다”고 감사해했습니다. 강 박사는 중학시절 공에 맞아 실명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연세대 문과대를 졸업한 뒤 1972년 도미,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전공 박사 학위를 취득해 한국인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가 되었습니다. 이 분이 남기는 많은 금언들이 힘겨운 현실에 의기소침해 있는 젊은이들에게, 환경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강 박사님은 “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나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한 뒤, 가족들에게 “슬퍼하지 마라. 하나님이 나를 이날까지 이렇게 잘 써주셨다”는 위로를 남겼습니다.
이메일을 다 읽고 난 뒤, 한 순간이나마 더 생명을 연장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마지막을 맞을까 궁금해졌습니다. 67세는 분명 아직 너무나 아쉬운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시간동안 어떻게 ‘가치’를 생각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지금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계절에 깊이 묵상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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