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천국패밀리

경아씨는 새로 이사한지 얼마 안되는 낯선 동네에서 12월을 맞게 되었다. 열 살과 여섯 살인 아들‧딸이 좋아했고 친숙해진 곳에서, 아쉽게도 가장인 아빠의 스케줄에 따라 먼 이사를 해온 것이다. 그간 새로운 곳에 정착해 살 궁리를 하느라 애들 마음을 살피지 못한 미안함이 들었다. 문득 '그래, 12월이니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하던 색종이를 잘라 동그랗게 엮고, 등불도 만들고.... 혹시 정말로 좋은 장식거리가 있을가 싶어 'give and take' (마음대로 주고받는 장소)도 찾았다. 마침 거기엔 크리스마스 트리가 구겨진 채 접혀 있었다. 유모차를 빌려 집까지 날라서 하나하나 손질하니 뿌듯하기까지 했다.

“엄마, 오늘 학교서 크리스마스 장식 만들어 왔는데....”

아이들이 트리를 보고 기뻐했다. 경아씨와 아이들은 빨강, 초록, 흰색을 보면 뭐든 갖다 걸었다. 긴 색종이로 동그라미를 잇기 시작하자 한없이 길어졌다. 그 다음 주는 멀리 계신 할머니와 할아버지, 전에 살던 동네 친구들에게 카드를 써서 부쳤다. 그리고 맨 나중에는 새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카드를 썼다.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엔 크고 작은 선물 박스가 있어야 할 거 같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새해에 쓸 학용품과 양말들을 포장해 놓았다. 그런대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경아씨와 아이들의 이런 가상한 노력에 참여하지 않는 애들 아빠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표정이 없고, 귀찮은 듯 피하기도 하고, 어떤 말에도 시큰둥하기만 한 것이다.

‘나는 아이들과 주어진 환경에서 많은 노력을 하며 살려 하는데, 가장으로 저이는 왜 저럴까? 마음껏 쇼핑을 하지 못해도 우린 행복할 수 있는데’, 도저히 알 수 없는 태도였다.

그러더니 배가 좀 아프다고 했다. '혹시 벌 받은 건가. 열심히 가정을 돌보지 않음에 대해?',

'어른이 배가 아프면 소화제를 먹든지, 한 끼 굶든 알아서 할 일이지' 등등 생각이 스쳐갔다.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가 되고, 경아씨는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크리스마스의 의미로 예수님생신을 생각하며 미역국을 한 냄비 끓였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만찬을 준비하며 케이크와 촛불로 장식하고 아이들과 식사를 하려는데 애들 아빠는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계속 배가 불편해서 식사를 못 하겠단다.

그때 이웃에 사는 분이 오시자 병원에 가야겠다고 일어섰다. 갑자기 병원소리를 하자 뒤통수를 맞은 듯 생각이 났다.

'잠깐 시아버지도 저 나이에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아니 배 아프다고 병원에를 가나?'

'좀 불편하다며....'

그때부터 아이들과 나는 전화기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39살, 낯선 동네, 어린아이들.... 어두워지는 초저녁, 가장이며 남편, 아빠의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지금껏 공부한다고 집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가장의 죄가 크다고 여겼는데 어떤 벌을 받게 될지 두렵기 시작했다. 그 벌은 자신에게도 돌아가지만, 우리 가족에게도 영향이 온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한참만에 연락이 왔다.

“맹장염이래.”

크리스마스 휴가로 의사가 병원에 한 사람 밖에 없어서 다른 의사를 호출해 와서 확진하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아는 병, 제일 쉬운 병을 주셔서.”

그날 밤, 아이들과 맹장이란 영어로 ‘appendix’이며 부록이란 뜻으로, 있어도 좋지만 없어도 괜찮은 장기임을 공부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맹장염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여겨졌다. 적절한 깨달음을 주시고 공포에서 건져주신 하나님의 선물.

전영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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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한마디

어느 시골의 한 농부가 크루즈 여행을 너무 사모했다. 병까지 들 정도였다. 이러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농부는 자신의 전 재산을 팔아 알라스카 크루즈 여행티켓을 구매했다. 드디어 기다리던 날의 아침이 왔다. 배에 올라 전후좌우의 멋있는 경치를 감상하고, 내부의 레스토랑과 수영장 등 갖가지 호화로운 시설을 구경했다. 이곳저곳 다니느라 지쳤지만, 정작 그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가진 돈이 한 푼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부터는 배가 고파 그 좋은 구경들도 포기해야 했다.

삼일째 되던 날, 그는 한 레스토랑의 지배인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무슨 일이던 다 할 테니까, 한 끼 식사 좀 하게 해주세요. 이러다가 죽겠어요.” 그러자 지배인이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여기 배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공짜입니다. 티켓비에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Tip : 하나님의 자녀가 바로 우리 크리스천이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면, 하나님의 모든 것이 우리 것이다. 집 밖에서는 모든 것을 대가를 치루고 얻어야 하지만, 집 안의 모든 것은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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