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초만 해도 장기를 기증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당시 장기는 불법으로 매매되었고, 사람의 몸을 떼서 준다는 건 해괴한 일이라 여기는 분위기였다.

박진탁 목사(사랑의장기기증운동 본부장)는 91년 1월 24일 자신의 신장을 기증했다. 한국의 첫 장기기증자가 탄생한 것이다. 박 목사로부터 시작된 장기기증운동은 2005년 MBC의 “눈을 떠요”라는 프로그램과 함께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각막을 기증받아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보며, 죽고 난 뒤 썩어질 몸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대중에게 새롭게 인식되고 사후에도 다른 신체조직의 많은 부분을 기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90년대에 비하면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뀐 실정이다.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이 이젠 사랑의 실천으로 인식되고 있다. 인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서약하는 이의 숫자는 인구수에 비해 극히 적은 실정이다. 현재 한국의 국민 약 5천만명 중 78만명이 서약을 했다. 숫자로는 78만명이지만, 인구수대비 약 2%도 채 넘지 않는다. 이런 현실속에 지난 11월 27일과 12월 4일 7개의 교회에서 1,993명의 성도들이 장기기증서약에 동참하여 생명나눔의 기쁨을 전했다.

12월 4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시냇가푸른나무교회 신용백 담임목사는 “죽은 뒤 몇 시간이 지나면 한 줌의 재로 없어질 우리의 육체를 나누어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아름다운 이 서약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고 성도들에게 장기기증 서약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이 날 예배에는 청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무려 706명의 성도들이 장기기증 서약에 동참했다. 같은 날, 문래동성결교회(담임목사 양준기)에서도 사랑의장기기증서약예배가 드려졌다. 양준기 담임목사는 먼저 장기기증 서약을 하며 생명나눔운동에 함께 했고, 이에 성도 176명이 장기기증에 서약하며 사랑을 전했다. 12월 4일 주일, 두 교회에서 882명의 성도들이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에 함께하며 고통 받는 환우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 주전인 11월의 마지막 주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대성교회(담임목사 김홍근)는 창립 60주년을 맞아 사랑의장기기증서약예배를 드렸다. 예배에 초청된 본부 박진탁 목사는 ‘아름다운 기적’이라는 설교를 통해 “그리스도인이라면 마땅히 생명나눔의 사명을 감당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목사의 감동적인 생명나눔 간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들은 대성교회의 성도 365여명이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같은 날, 참빛교회(담임목사 김윤하), 남일교회(담임목사 박종래), 홍익교회(담임목사 최영걸), 봉담중앙교회(담임목사 장질수)에서도 사랑의장기기증서약예배가 진행되었다. 이날 동참한 다섯 교회에서 장기기증서약에 동참한 성도는 무려 1,111명이다.

11월 27일과 12월 4일 서약한 이는 1,993명. 단 이틀만에 모였다고 하기엔 믿기 어려운 숫자다. 나눔의 달 12월, 행복은 나눌수록 풍성해진다. 보다 많은 크리스천들이 생명나눔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을 세상 곳곳에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박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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