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질서를 보존합시다” 환경·소비 캠페인1. 음식 남기지 않기 - 빈그릇 운동

“왜 남겼어요? 다 먹어야지!”
“제가 남긴 거 아닌데요.”
오늘 식사 당번인 박혜경 권사의 웃음 섞인 핀잔에, 청년은 그 자리에 서서 몇 가닥 남은 콩나물 반찬을 먹는다. 자신이 먹은 그릇이 아닌 듯한데, 그 청년은 거리낌이 없었다. 
식사를 마친 성도들이 식당 반납대에 그릇을 반납할 즈음이면 종종 목격되는 흐뭇한 광경이라고 한다.
반납 창구에 놓인 그릇들은 성도들이 잔반을 거의 남기지 않아서 포개어 놓여져 있다. 식사 당번은 포개진 그릇을 물에 살짝 헹궈 바로 설거지통에 담근다. 그리고 혹시라도 남은 음식물은 물기를 제거하고 저울 위 플라스틱 용기에 담는다.
음식물 쓰레기는 조리과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식사 준비를 맡은 담당자들은 김치의 꼭다리도 버리지 않고 반찬그릇에 반드시 담아낸다. 테이블에 차려진 점심 메뉴는 유기농 현미 잡곡밥에 반찬은 무말랭이, 콩나물, 김치, 미역국 등이다.

잔반은 먼저 저울에

약 7년 전. 잔반을 줄이기 위한 청파감리교회(김기석 목사)의 작은 실천이 시작됐다. 성도들은 될 수 있으면 반찬을 남기지 않고 남은 잔반은 나중에 다 모아서 저울에 단다. 혹여 반찬을 남긴 사람은 그릇을 반납할 때 반납대 귀퉁이에 있는 저울을 보고 자리로 다시 되돌아가 잔반을 다 비우고 오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반납대에 놓인 저울은 `관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실천‘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중간에 시행착오도 있었다. 언젠가부터 잔반의 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나 하나쯤이야’, ‘그 까짓 것’이 스며들었기 때문. 그러자 김철수 장로가 반납대 앞에 서서 성도들이 남긴 반찬을 손수 먹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본 성도들이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다. 그 이후, 성도들 사이에서는 “철수가 본다”는 말이 유행처럼 돌았다.
주보에 잔반을 남기지 말자는 잠깐의 광고만 나가도 효과는 크다. 새로 등록한 성도들은 처음에 이곳의 식사 문화를 모르고 종종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4주간의 새신자 교육과정을 끝마치고 난 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잔반 남기지 않기에 동참한다.
얼마 전 등록한 박근혜 씨는 목사님이 추천한 환경 관련 서적들도 이미 탐독했다고 자랑한다.
“환경 보호에 철저한 독일인 남편과 독일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로 인해, 온 가족이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집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면 아이들과 함께 마당에 묻기도 했어요. 교회에서 작은 일이지만 조금씩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은 것 같아요.“
“이 세상에 생명으로 오신 주님지금 내 앞에 놓인 밥을 대할 때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마음으로 대하게 하시고 주님을 내 안에 모시듯 공손하고 거룩하게 먹게 하여 주십시오….”                                    
식당의 한쪽 벽 귀퉁이에 붙어 있는 ‘밥을 먹는 이의 기도’ 중 일부분이다.

380명이 남긴
음식물쓰레기 양은?

성도들에게 교회의 간소한 식탁과 불편한 요구는 자칫 인정이 없어 보일 수도 있을법하다. 하지만 성도들은 주일마다 내 앞의 ‘밥 한 그릇’을 대하는 자세를 연습하면서, 남기지 않는 일이 단순히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님을 스스로 깨달아가고 있다.
1년여 교회의 작은 환경보호운동에 동참해 온 한상경 성도는 “믿음과 실천을 동시에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환경 문제에 대해 기독교인으로서 나름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뿌듯해요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사실 아쉬운 점은 있어요. 예를 들면 밥을 먹고 나서 교회마당에서 종이컵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유리컵을 사용하다 보니 그런 작은 낭만은 포기하게 되죠.”
식당에 모인 성도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면서 한 시간여의 점심식사 시간이 거의 끝났다. 슬슬 식당 봉사자들이 마지막 뒷정리를 한다. 그리고 이제서야 식사 할 준비를 한다. 박 권사는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이 남긴 음식을 잘 안 먹어요. 그래서 남긴 밥이나 반찬을 그대로 가져올 때가 있어요. 식사당번들이 나중에 먹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이렇게 잔반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요”라며, 잔반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결국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잔반의 총무게는 832그램이었다. 380여명의 성도를 위한 점심식사에 들어간 쌀의 양이 30킬로그램이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으니 버릴 것이 없다’는 오늘의 교훈이 마음으로 다가왔다.
한 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경제적 손실비용은 18조원. 이 음식물 쓰레기만 아껴도 북한 동포들을 모두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한다.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이 커다란 숫자 앞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작은 일뿐이다.
832그램, 이것은 환경을 지키려는 교회와 성도의 의지가 담긴 작지만 의미 있는 숫자임이 분명해 보였다. 

TIP
\국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1만 5000톤(2008년 기준). 전체 쓰레기 발생량의 28%를 음식물이 차지하고 있다. 전체 음식물의 약 7분의 1이 버려지고 있고, 경제가치 손실액이 2012년에는 약 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남한의 음식 쓰레기 양은 북한의 전체 주식보다 많다.

음식물 쓰레기 이렇게 줄여요
·장보기 전 필요한 물품 메모하세요.
·냉동보관 시 한끼 분량으로 나누세요.
·제철에 나오는 근거리 생산 식재료를 구매하세요.
·일주일 단위로 식단 구성하세요.
·가족 식사량에 맞게 조리하세요.
·건재료는 갈아서 조리하세요.
·음식맛은 짜지 않게 하세요,
·하나의 식재료로 다양한 메뉴를 구성하세요.
·반찬은 전부 먹을 수 있는 알맞은 양으로 담아요.
·식사 잔식을 활용합시다. 
·잔식은 물기 제거 후 배출하세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읍시다.  

 

김지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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