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성교회 ‘짜장면’ 선교단 이야기

9사단 29연대 한강대대의 점심시간. 식사를 하려고 선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TV에서나 보았던 1톤 트럭 밥차에서 달콤한 짜장면 냄새가 퍼진다. 짜장면을 기다리는 장병들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차있다. 따끈따끈한 짜장면을 받아서 젓가락으로 비비는 장병들의 얼굴이 아이처럼 해맑다. 한 입 베어 무는 그 얼굴에 함박 미소가 번진다.

이런 산골짜기 군부대에서 짜장면을 만들고 있는 이들은 누굴까? 바로 창성교회(장제한 목사) 교우들이다.

창성교회는 서울 우면동에 위치한 작은 교회다. 교회가 세워진지 17년이 되었지만 큰 교회당은 없다. 교회 건축보다는 실질적 나눔을 강조하는 장제한 목사와 교우들의 뜻이었다.

그런 창성교회가 짜장면으로 사랑을 전하게 된 계기는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는”(신명기 10장 18절) 하나님의 사랑이었다. 한창 청년일 때 조국수호를 위하여 애쓰는 국군장병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고 싶었다.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짜장면 한 그릇이 고된 군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게 시작한 게 벌써 8년째 이어지고 있다.

1톤 탑차 두 대와 중국요리식당을 운영하는 교우의 노하우, 거기에 따뜻한 마음의 봉사대원 교우들까지. ‘짜장면선교’를 위한 완벽한 팀이 만들어졌다. 그들을 찾는 곳이라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무조건 달려간다. 부대에 도착하면 먼저 기도로 시작한다. 대형프라이팬에 준비해 간 양파, 감자, 돼지고기와 춘장을 넣어 짜장 소스를 만든다. 짜장이 다 되어갈 즈음, 미리 숙성시켜 가져간 반죽을 기계에 넣고 면을 뽑는다. 이렇게 완성된 짜장면 한 그릇이 장병들 손에 쥐어진다. 짜장면 앞에 선 체면도 잊게 된다. 짜장면을 비비는 손놀림이 바쁘다.

약 20여명의 교우들이 매주 토요일마다 군부대를 방문한다. 간혹 요청이 많을 때는 한 주에 2~3군데를 방문하기도 한다. 한 부대를 다녀오면 근처의 다른 부대에도 금세 소문이 나, 자신의 부대에도 와 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하지만 하루에 갈 수 있는 부대가 한정되어 있어 다 가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수직적인 군사문화 속에서 힘들어하는 청년 장병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 말하는 장 목사. 그는 군부대 안에서 불의의 사고가 잦아지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며, “비록 짜장면 한 그릇이지만 이를 계기로 힘든 군복무 중에 작은 위로를 얻고, 더불어 조국을 지키는 청년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있음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이 사역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재정이 많이 들고 힘이 들어도, 장병들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안 할 수 있겠냐”며 할 수 있는 한 사역을 이어가겠다고 장 목사는 답했다.

아들 같은 장병들이 맛있게 짜장면을 먹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창성교회 교우들. 그들의 모습에서 진짜 ‘교회’의 모습을 본다. 오늘도 짜장면 한 그릇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담아 전하는 그들의 손길에서 복음의 향기가 나는 듯하다.                    

 이동광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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