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트막한 산 아래 ‘겸손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건물들의 높이는 어른 키보다 높았지만, 건물이 서 있는 땅이 완만하게 가라앉은 구릉 지대여서 건물들 옆으로 난 길 위에 서면 건물의 지붕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건물의 재료는 모두 나무나 흙벽돌, 짚, 돌 등이어서 주변의 풍경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다만 하나 눈에 밟히는 인공물은 커다란 두 개의 태양광 집열판이었다.

 

‘스머프 마을’

산마을 고등학교(교장 윤영소, 인천시 강화군 양도면 삼흥리 산문마을 460번지, www.sanmaeul.org) 학생들은 자신들의 학교를 ‘스머프 마을’이라고 부른다. 너와지붕, 초가지붕, 야트막한 돌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나지막한 건물들은 스머프 마을이라는 별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다양한 형태의 특성화 고등학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만, 산마을 고등학교는 그 가운데서도 특히 ‘생명’이라는 가치에 집중한다. 산마을 고등학교가 갖고 있는 ‘자연·평화·상생’이라는 교육이념은 ‘공존’을 기초로 한다. 이 공존은 타인과의 공존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공존을 포함한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교육 이념은 이 학교의 건축물, 교육 커리큘럼, 급식 등 모든 곳에 스며들어 있다.

산마을 고등학교는 원래 지난 2000년 학교법인 복음학원에 의해 국제복음고등학교로 설립됐다. 그러다가 2002년 10월 지금의 산마을 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2006년 7월 현재의 학교 자리로 옮겨오게 된다. 학교의 설립자인 김의중 이사장은 현재의 학교 건물을 짓기 위해 건축가인 아내와 함께 전국의 서원과 향교를 모두 돌아보았다. 가능한 한 마을과 어울리는, 그리고 주변 자연환경과 동화될 수 있는 건물을 짓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 결과 학생회관을 뺀 다른 모든 건물이 단층이고 건물 기초에 아예 콘크리트가 들어가지 않은 학교가 만들어졌다. 건축 방식도 6가지 방식이 사용되었다. 도서실은 통나무 방식, 세미나실은 귀틀집, 매점은 초가집 등 전통적이고 생태적인 건물들이 세워졌다.

 

생태화장실이 있는 학교

산마을 고등학교의 화장실은 재래식이다. 물로 용변을 씻어내는 수세식 화장실도 2개 있지만, 이곳의 학생들은 ‘생태화장실’이라 불리는 재래식 화장실을 ‘자랑스럽게’ 사용한다. 배변을 한 뒤 그 위에 왕겨를 뿌려놓는 방식인데, 그렇게 하면 희한하게도 별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왕겨와 섞인 배변은 나중에 퇴비장으로 옮겨져 학생들이 기르는 텃밭의 거름이 된다.

현재 산마을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급식은 학교에서 직접 지은 유기농 쌀로 이루어지는데, 학생과 교직원들이 생산하는 유기농 쌀은 평균 1톤 정도 된다. 이것을 80여명의 학생과 교직원들이 3달 정도 먹는다. 학교에서는 4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통해 자립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쌀 외에도 배추, 고구마, 야채 등 다양한 푸성귀들을 생산해 급식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학교의 급식은 친환경·로컬푸드(지역음식)·시즌푸드(제철음식)·채식 위주라는 4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지는데, 독특한 것은 잔반통이 없다. 스스로 덜어온 음식은 다 먹어야 한다는 의미다. 유영소 교장은 이런 급식 방식을 통해 학생들이 음식을 통해 그 음식을 생산해내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고, 가공음식을 가능한 한 피함으로써 대량생산되는 가공음식이 갖고 있는 ‘착취구조’를 깨닫게 하는데 목표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삶은 선택의 문제다

산마을 고등학교는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 자급 방식을 갖추고 있다. 태양광 발전을 통해 시간당 5킬로와트의 전력을 생산하고, 사용하다 남는 것은 한국전력에 판매도 한다. 또 지열을 활용해 냉·난방을 하고, 풍력과 심지어는 자전거 발전도 이용한다.

산마을 고등학교의 이런 환경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고, 그것이 갖는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가를 스스로 발견해나가도록 돕는 것이다. 물론,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상당수가 대학으로 진학하지만, 스스로 농사를 선택하거나 대부분의 많은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친구들도 많다.

이러한 선택에는 두려움도 따르고 용기도 필요하지만, 유 교장은 결국 가치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경쟁을 통해 남보다 우위에 서고, 좀더 많이 갖고 소비하는 삶이라는 우리 사회의 주도적 가치를 포기하면 의외로 선택은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유 교장 자신도 전에는 교사로서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했지만 2006년 이곳에 부임한 이후에는 오히려 내가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가를 고민한다고 말했다.

산마을 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다름 아닌 참다운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인 것이다.

 

△산마을 고등학교 유영소 교장은 아름다운동행이 매월 1회씩 열고 있는 조찬대화모임에 참석해 산마을 고등학교의 교육이념과 친환경 건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김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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