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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퍼즐조각
미션 트립_캄보디아 사람들
[118호] 2011년 10월 23일 (일) 구여혜 @

지난 봄, 한 목사님으로부터 캄보디아에서 미술 사역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사랑의교회라는 작은 교회 목사님이었습니다. 이 분은 벌써 캄보디아에서 7년째 사역을 해오고 계셨습니다. 작은 교회였지만 설립 당시부터 선교에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매년 해외와 농촌 선교를 진행해왔습니다. 이번 캄보디아 선교도 교회 내 선교회가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번 사역에는 한국미술인선교회 소속 사역자 두 명, 캄보디아 현지 사랑의교회 사역자 두 명, 선교회 관계자가 참여했습니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여느 큰 교회 못지않은 계획과 준비 속에 사역이 진행되었습니다. 미술인선교회의 준비와는 별도로 사랑의교회 ‘나돌섬선교회’에서는 홍수로 피해를 입고 있는 현지의 어려움을 감안해 쌀 3,000킬로그램 등 구호물품도 준비를 했습니다.

 

마약사범들과 함께 한 그림 전시회

첫 번째 사역은 캄보디아의 씨엡립 경찰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마약사범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동행한 서양화가 김재임 권사님과 의논하여 수감자들이 먼저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일일 전시를 한 뒤 준비된 장소로 가니 수감자들이 두 줄로 앉아 있었습니다.

나이가 열두세 살에서 많게는 마흔 살 정도까지 되어 보이는 열여섯 명의 수감자들이었는데, 모두 붉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습니다. 함께 간 사랑의교회 담임 이천식 목사님이 말씀을 전한 후, 수감자들 앞에 섰습니다. 내가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여섯 명이 손을 들었습니다. 나는 그들과 꿈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삶 속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동행과 보호하심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우리가 그곳에 간 것은 단순히 그림을 가르쳐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삶을 변화시켜 새로운 비전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메시지를 전하자 그들의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습니다.

수감자들 대부분은 그림을 처음 그려보는 듯 했습니다. 그렇지만 곧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을 다 그린 후에는 잘 그린 그림을 뽑아 시상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모두들 구치소에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것처럼 즐거워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들의 눈동자 속에서 영혼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들로서는 무척이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사역도구

두 번째 사역은 두 차례의 빈민촌 방문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홍수로 무릎까지 물이 차오른 마을을 주민들과 함께 걸어 다녔습니다. 두 번째는 피해를 많이 입은 세 개 지역의 빈민들 중 150가구에 각각 쌀 20킬로그램과 물품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이때는 씨엡립 경찰청장 등 고위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회당 같은 불교사원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작품을 전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그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제안을 받고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이 보일 리 없다는 생각과, 전시시설이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작품을 꺼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안 되겠다는 말을 꺼내려는 순간, 하나님께서는 나를 예술가로 이곳에 보내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역도구로 보내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면 이보다 더한 곳이라도 순종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그들 앞에 서서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 한국에서 온 화가입니다. 혹시 제 그림이 보고 싶으시면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무심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주민 150여 명이 작품을 보고 싶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와 같이 간 사역자들이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이루어진 일이라 별도의 전시대를 만들 수 없어서 사역자들이 그림을 손에 들고 전시 벽처럼 줄지어 섰습니다. 수십 년 전시를 했지만 이런 전시회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나는 주민들에게 기독교인임을 밝히고, 하나님은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삶속에서 항상 동행하시며 우리를 보호하신다는 작품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통해 구원과 천국의 소망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행사를 위해 이미 통역에 능하신 목사님을 준비해놓으신 상태였기 때문에 메시지를 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 시간은 이십 여분 남짓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왜 그 짧은 시간이 필요하셨을까? 나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하나님께서 필요한 그림의 퍼즐조각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해외 전시사역을 할 때마다 하나님의 크신 계획으로 그려지는 그림의 작은 퍼즐조각임을 깨닫게 하시는 주님의 은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의교회가 가져간 쌀 3,000킬로그램과 여러 가지 물품들은 캄보디아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빈민촌에서 쌀을 나누어 줄 때 나는 남루해 보이는 한 여성을 끌어안았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더 꼭 끌어안으며 감격해 했습니다. 환하게 웃던 그녀의 미소와 거친 손길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또 우리들을 쫓아다니던 수많은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내가 넘어질까봐 옆에서 계속 손을 잡아주던 아이들의 얼굴도 생각납니다. 떠나오기 전 내 옆에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끝까지 쫓아다니던 아이의 얼굴은 아직도 마음에 아픔으로 남습니다. 그 아픔은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구여혜(한국미술인선교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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