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형님이 여러분 계시다. 가끔 집안 행사로 만나면 다들 손주 이야기를 경쟁하듯 꺼내신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들어야 하는 나로서는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그래서 손주 자랑하려면 만원씩 내고 하시라고 했다. 그리고 가족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손주 자랑만 늘어놓는 형님과 형수의 흉을 보곤 했다. 우린 이 다음에 절대로 저렇게 하지 말자고 다짐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집에도 외손주가 생겼다. 이제 15개월 됐는데, 형님들이 모여 앉기만 하면 왜 손주 자랑을 늘어놓는지 이유를 알 듯하다. 지난 15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이 녀석과 함께 하면 시간 가는 걸 잊을 정도다. 아내의 말을 빌리면 내 눈이 잠시도 이 아이를 떠나질 않는단다. 아내와 나는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감동한다. 가족 간 화제도 온통 아이 이야기뿐이다.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이 아이가 나타나기 전에 우린 어떤 얘기를 하고 살았을까?”
지방에 내려와 있다 보니 주말에나 보는데, 늘 아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내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 키울 때보다 선주에게 더 헌신적(?)이라며 조금 섭섭하다고 말한다.
손주가 생겨나자 어린 아이에 대한 생각도 갑자기 달라졌다. 한번은 기차 안에서 아이가 심하게 보채는 바람에 소란스러워진 적이 있었다. 그러자 내 옆자리의 청년 승객이 심하게 짜증을 냈다. 나는 청년에게 타일렀다. 너도 언젠가 아빠가 되면 이런 상황을 겪게 될 거라고. 그러니 아이 엄마의 마음을 살피고 이해해줘야 한다고.
손주가 얼마나 예쁜지는 겪어보기 전에는 잘 모른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주위 사람 누구에게나 손주 자랑을 하고 싶어 한다. 만원을 내고서라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주 자랑할 때에는 좀 들어주면 좋겠다.
그런데 외할아버지들은 왜 그리 외손주를 좋아할까? 자기 딸이 낳은 자식이어서일까? 내 딸을 닮아서일까? 결국 나를 닮아서일까? 하나님도 우리가 당신의 형상을 닮았기에 우리를 그토록 사랑하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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