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표창, 박종월 안효숙 부부 사연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박종월, 안효숙 부부 이야기다. 2002년부터 교회와 오지를 돌아다니며, 안경을 맞춰주고, 시력을 회복시켰다. 그 버스를 사람들은 1004번 버스라 불렀다. 다니는 곳마다 무료로, 빛을 볼 수 있게 해주니 ‘천사(1004)’가 탄 버스로 보인 것이다. 지난 2009년 <1004번 안경 버스>라는 책으로 두 부부의 이야기는 더욱 화제가 된 바 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이들이 또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1004번 버스는 언제나 운행중
7월 15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국민추천포상’이었다. 이는 한 달간 인터넷과 서류 접수를 통해 ‘사회를 밝힌 감동과 희망의 주인공’을 공모한 결과다. 총 361건이 추천되었고, 그중 24명이 선정, 이중 대통령 표창은 5명. 여기에 두 부부가 포함되어 있다.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주말이면 버스를 직접 몰고 집을 나섰다. 형편이 어려워 안경을 맞추지 못하는 이들을 찾아다녔다. 어림잡아 2만 명이라 한다.
적어도 2만 명은 1004번 버스를 통해 ‘복음’을 전해 들은 것이다. 박종월 장로는 말한다.
“무료로 안경 맞춰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저는 불신자를 예수 믿게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1004번 버스는 꼭 작은 교회를 찾아다닌다. 교회 주보 한 장 제작하기도 벅찬 교회에서, 제대로 된 전도지 한 장 없이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시골 교회, 섬 교회, 여지없이 1004번 버스의 정류장이 된다. 안경봉사를 통해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그곳이 곧 정류장이었다.

1004번 버스의 탄생 비화
정규 교육이라곤 초등학교 교육이 전부였던 박 장로는 부인과 함께 검정고시를 봤다. 50대가 넘은 나이였다. 함께 검정고시학원에 다니며, 수학능력시험까지 치렀다. 그리고 김천대 안경광학과에 지원, 부부가 동시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졸업은 했지만 곧바로 안경점을 차리진 못했다. 중간에 택시사업을 했다. 그러다 꿈에 그리던 안경점을 오픈했다. 결과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강변 테크노마트에 제2안경점을 열었다. 80%가 빚이었다. 하필, 1997년 IMF 때였다.
목사님이나 교인들이 가게로 심방 와서 해주는 기도가 “망하지 않게 해주세요”였다. 이들 부부의 기도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이 사업체를 주신 것도 하나님 뜻이요. 그 목적이 있을 텐데, 그 목적을 위해 1000만 원을 벌게 해주세요. 그러면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때부터 사업이 더 잘되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안경을 맞췄다. 이것이 하나님의 도움이라고 굳게 믿는 이들 부부는 1004번 안경 버스를 몰고, 전국을 누비기로 했다. 10년간 다닌 거리가, 지구 세 바퀴라 한다. 후원계좌도 없고, 100퍼센트 자비량이다. 방문하는 교회에 부담이 될까봐 식사도 김밥 한 줄로 때운다. 2002년 7월 8일 1004번 버스에 처음으로 시동이 걸렸다. 버스 안에는 약 8,000만 원 상당의 시력검진 시스템이 장착됐다. 중소도시에서 아파트 두 채를 사들일 수 있었던 돈이었다.

처음으로 봉사를 나간 충남 공주양로원에서는 고 박경종 시인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친필로 유명한 <초록바다> 시문을 이들 부부에게 써주었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손을 담그면
초록빛 바닷물에 두손을 담그면
파란 하늘빛 물이 들지요
어여쁜 초록빛 손이 되지요
초록빛 여울물에 (초록빛) 두발을 담그면 (담그면)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빛을 선물하는 이들 부부의 사역에 감동해서였을까? 이 시문엔 유독 빛이 많아, 눈이 부신다. 큰빛부부안경선교회를 이루고 있는 박종월 장로와 안효숙 권사. 누구에게 알리고 다닌 적 없는데,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것은 감출 수 없는 빛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쯤 되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도 한데, 부부는 여전히 침묵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1004번 버스의 몸통에 이미 자신들이 할 말을 다 써 놓았다는 듯이….
 ‘Jesus Loves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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