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가지 중복 장애아 김다니엘 이야기

다니엘. 이 이름은 가브리엘의 집에서 부르는 이 아이에게 지어준 이름이다.
태어나자마자 ‘크로즌씨 증후군’(Crouzon's disease, 두개골이 성장하지 않고 닫혀버린 질병), 조기유합증으로 안구돌출, 호흡장애, 뇌압 항진증으로 살아날 가망이 희박했다.
갓 태어나서부터 병원신세에, 알고 보니 희귀질환들로 가득한 17가지의 질병을 한 몸에 갖고 태어났다. 이 아이가 며칠을 살지, 과연 살아날 것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고, 살아난다고 해도 보지도, 듣지도, 걷지도 못한다는 게 의료진의 의학적 소견이었다. 지금도 “이 아이가 듣고 말하고 걷는 것은 의학적으로 해석할 수 없습니다. 그저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요...” 다니엘을 치료하는 의사선생님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그러나, 열 네살 된 다니엘은 보고 듣고 말할 뿐만 아니라 걷고 뛰어놀고 다른 사람을 돌보기까지 한다. 큰 뇌수술만 네 번(2005년, 2006년, 2010년, 2011년), 그와 관련한 여러 가지 수술을 다 합하면 20번이 넘는다고 다니엘 아버지는 이야기 한다. 의사들은 다니엘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 더구나 이렇게 힘겨운 치료를 계속하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란다.
한가지의 희귀질환으로도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에서 열 일곱가지 질환이라니...

다니엘을 곁에서 보는 사람들은, 과연 하나님께서 이 아이를 통해 하시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아니, 기대하며 바라보게 된다. 날 때부터 소경된 사람을 두고 예수님께 "랍비여 이 사람이 소경으로 난 것이 뉘 죄입니까. 자신입니까 그 부모입니까" (요한복음 9장)라고 묻던 제자들에게,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려 하심이라"고 대답하신 성경이야기가 그대로 가슴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가브리엘의 집에서 다니엘은 사역자들에게 사명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12년전, 다니엘이 가브리엘의 집에 왔을 때, 아무도 그 아이가 생명을 이어갈 것이라는 믿음을 갖지 못했다. 다른 중증장애아들보다 비교되지 않을만큼 심각한 이 아이는 그들과 이렇게 오래 함께 살게 될 거라 기대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지금 다니엘은 연세재활학교 중등부 1학년이다.

 

14년전, 이 아이를 낳은 젊은 부부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아가의 병원생활 1년4개월만에 가정은 깨지고, 아가는 가브리엘의 집(김정희 원장)에 맡겨졌다.
다니엘이 태어난 지 1년4개월만이었다.
계속되는 수술과 치료로 다니엘을 낳은 젊은 부부는 어떤 방도로도 지탱할 수가 없었다. 아이를 감당할 길이 막막했다. 안타깝게 바라보던 주변 사람들은 '포기하라'고 종용했다. 엄마가 집을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살 가망이 전혀 없는 아이를 두고 아빠가 너무 집착하니까, 엄마가 집을 나가버렸다. 아빠도 결국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만난 곳이 [가브리엘의 집](원장 김정희)이다. 가정을 지키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곳을 찾아 간 것이다. 가정도 지키고 다니엘도 돌볼 수 있는 행복한 기회를 만났다. 전문적으로 다니엘을 돌보아줄 사랑의 시설을 만난 것이다.
다니엘이 가브리엘 집에 와서도 뇌수술만 네 번, 이달 19일 다섯 번째 수술을 받는다. 닫힌 뇌를 열고 뼈를 넓혀주고 얼굴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수술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감을 수 없던 눈도 이제 자연스레 감고 잠을 잔다.
처음에는 가브리엘의집에서 수술비를 감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제는 희귀질환에 대한 복지제도가 돼 있어서 많이 좋아졌다. 몇천만원의 수술비가 몇백만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것도 지원하는 천사들이 나타나 이 일을 거든다.
이렇게 치료된 것만으로도 모두들 감사하고 행복해 한다. 다니엘로 인한 감사와 행복이다.
가브리엘의 집에 온 후, 매일 예배로, 찬양으로, 말씀으로 양육하다보니, 자연스레 다니엘은 “그리스도의 사랑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아이”가 되어 있다.

다니엘의 취미활동은 특별하다.
기독교텔레비전에서 늘 설교 프로그램을 보고 들어서, 예배드리는, 보기에 따라서는 ‘예배놀이’를 한다. 성도들(가브리엘의 집 아이들)을 앉혀놓고 강단을 만들고 주보까지 만들어 예배한다. 물론 설교자는 [김다니엘 목사]다. 친구들은 '장로'이고 '전도사'이다. 어린 아이에게는 양보한다. 자기 먹을 걸 챙기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가져다 줄 걸 먼저 생각하는 아이.
다니엘 일기장을 훔쳐보았다. 이런 일기장은 다니엘이 ‘원장엄마’의 귀에 대고 하는 말을 노트에 써주면 다니엘이 그걸 여러 번 쓰기 연습을 해서 옮겨놓은 거다.

(9월30일)요즘은 무척 행복하다. 매일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니 아침이 무척 기다려진다. 빨리 머리와 얼굴에 있는 기계를 떼어내고 맘껏 뛰어 놀고 싶다. 그리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해서 목사님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처럼 병으로 힘들 사람들을 도와주고 위로해 주고 싶다.

지난 5월 대수술을 하고나서, 긴 시간 학교엘 못 갔다. 얼굴과 머리에 쇠침을 여러개 박아놓고 일그러진 부분을 바로잡는 아픈 시간이다. 그의 일기장에 마음이 담겨있다. 꿈도 구체적으로 커가고 있다. 수술을 마친 후, 회복기간에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열 네살 어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견이 멀쩡한 다니엘, 모두를 감동시킨다.


가브리엘의 집 김정희 원장님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다니엘에게 기도를 요청한다. 다니엘의 영성과 순수한 믿음을 알기 때문이다. 기도부탁을 받은 다니엘은 골방에 들어가 한 손을 높이 들고 큰 소리로 기도하고 찬양한다. 다른 사람이 범접하기 어려운 진정성이다.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쉬는 날에도 계속 공부하고 성경보고 설교하고 찬양한다. 말을 걸기가 어려울 정도다.
부지런함 사랑 배려 돌봄.... 이런 단어가 떠오르는 다니엘. 그의 눈빛은 영롱하게 빛나고 있고, 손발은 언제나 쉼없이 뭔가 하고 있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존재. 어쩌면 이럴 수 있을까. 가브리엘의 집의 구석구석을 정리하고 손가야 할 부분을 수습하는 아이다. 사역자들이 보는 다니엘의 모습이다. 성령충만이 이런 건가 싶다고 한다.

다니엘은 리더십도 대단하다. 초등학교6학년 때는 학생회장이 됐다. 다니엘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기회였다. 원장엄마는 특별간식을 싸들고 학교에 가서 '회장턱'도 냈다. 다니엘도 하나님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시고 키우시고 돌보시는지, 기대하시는지 알고 있다.
머리 수술을 할 때마다 늘 깨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장애가 심한 아이들은 전신마취를 해서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니엘도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그 힘겨운 고통 중에도 억지로 일으켜달라고 해서 휠체어를 끌고 몇 발자국 걸어보고서야 안도한다. 혹시 수술이 잘못되어 걷지 못하게 될까 염려하기 때문이란다.
병원에 가면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인기가 짱이다. 의료진을 배려하고 힘들지 않게 하려는 다니엘의 마음이 그들에게 전달되어서이다.
“나는 다니엘을 행복하게 해주고싶다.”
병원에서 자기의 흉한 모습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나 아이들이 보고 놀랄까봐 책을 보러 가고 싶어도, 산책을 하고 싶어도 자제한다. 눈알이 튀어나온 다니엘을 보고 ‘개구리 왕자’라고, ‘참존박사님’이라고, 그 어떤 별명으로 불러도 아무 아픔이 없다. 그만큼 사랑받는 분위기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다 치유되었다. 아니, 상처가 없다고 하는 편이 맞다.

뇌수두증이 있어서, 머리에서 물이 안으로 흐른단다. 흘러나오는 물을 빼내서 소변으로 나오게 하는 장치가 다니엘 속에 심겨져 있다. 150cm 정도의 관이다. 다니엘의 속은 정말 속이 아니겠다. 이렇게 긴 호스를 차고 다니고 있으니. 여섯 살 때까지 코로 호스를 통해 음식을 섭취하고, 여덟살 때 처음으로 걸었다. 그때 가브리엘의 집은 '감사와 축하의 파티'를 열었단다.
지금도 말 한마디를 하려면 목에 심겨진 관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고서야 한다. 그래도 다니엘은 늘 행복하고 감사하단다. 이 행복감, 이 감사, 이 사랑어린 눈빛은 어디서 오는 걸까. 세속에 찌든 잣대로는 불가사의한 이야기다.

다니엘은 음악성도 대단하다. 또 찬양에 맞춰하는 다니엘의 춤은 더 대단하다. 불편한 몸으로 찬양에 맞춰 그렇게 성령에 취해서 추는 모습은 '아름다움'이란 단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

“변찮는 주님의 사랑과 거룩한 보혈의 공로를 우리 다  찬양을 합시다. 주님을 만나 볼 때까지...” 요즘 가장 잘 하는 찬양은 “예수 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 찬양이 흘러나오면 누워있다가도 몸이 춤춘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다니엘의 이야기가 힘겨운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의 이야기가 되어 주리라 믿고, 또 기대한다. 창조주의 손길에 감히 피조물이 무슨 뜻이 있을 수 있을까. 다니엘의 자람과 힘듬과 사랑의 견딤과 그 마음자리를 수년동안 바라보며 드는 생각이 바로 이거다.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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