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평화를 만드는 사람(peace maker)과 문제를 만드는 사람(trouble maker)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새로운 피조물로서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고후 5:17). 단절과 반목으로 죄와 고통이 생겨나는 세상 곳곳에 화목을 이루며 평화로이 함께 공존하는 방식을 실천해 가는 사람들입니다. 복음의 능력은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스도의 평화를 맛보게 하여 평화로운 사람이 되게 합니다. 그래서 세상에 존재하는 갖가지 차별과 차이에 중재와 협력의 관계를 만들어가게 합니다.
성경에서 사도 바울이 쓴 빌레몬서는 골로새 교회의 장로 빌레몬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빌레몬서는 주인 빌레몬에게 죄를 짓고 도망친 노예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용서하고 받아들이라고 권면하는 편지입니다. 이에 빌레몬 장로는 오네시모를 사랑하는 형제로 받아들였고 복음이 담고 있는 사랑의 가치를 실천하였습니다. 이 일은 노예를 성도가 되게 하였고, 교회의 일꾼이 되게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회 역사 속에 이와 유사한 인물이 있습니다.
한국의 오네시모라 할 만한 이자익은 1879년 9월 25일 경남 남해군에 이기진 씨의 독자로 출생하였습니다. 자익의 어린 시절은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출생한지 2년이 못되어 아버지를 여의었고, 그의 나이 12세 때에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고아가 되었습니다. 그는 의탁할 친척이 없었기에 고향을 떠나서 김제군 수료면 두정리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당시 부유한 생활을 하던 조덕삼씨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면서 마부 노릇을 하였습니다. 자익은 있는 힘을 다해서 주인을 섬기고 맡은 일에 충성하였으므로 주인의 신임을 얻었습니다.
자익은 그의 근면과 성실성을 발휘하여 수년 후에 안정된 생활을 하였고 1900년경에는 그 지역의 부농 김영장의 딸 김선경을 아내로 맞아 새 가정을 이루었습니다. 신혼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02년에 그의 생애를 결정짓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는 그 지역 순회전도자였던 최의덕(Tate) 선교사를 만나 복음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아내와 함께 그리스도인이 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는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처가의 핍박으로 고통을 겪었으나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전도하여 그 지역의 청년들을 모아 기도모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익은 그 전에 자기가 주인으로 모셨던 조덕삼을 전도하였는데 조덕삼은 훌륭한 인물이라 과거에 자신의 마부로 부렸던 자익을 “영적상전”으로 받들고 교회설립에 앞장섰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의 힘으로 예배당이 건축되었고 1907년에는 예배참석 수가 무려 200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자익은 그 교회에 영수(領袖, leader)와 장로가 되었고 조덕삼은 자익을 잘 받들고 교회발전에 전력을 다했다고 합니다. 종이 주인을 전도하였고 주인이 과거에 종이었던 사람을 하나님의 종으로 섬김으로 이 지역에 복음이 힘차게 전해졌습니다. 그 교회는 머슴을 큰 인물로 길러 한국교회 전체를 섬기게 하였습니다.
1909년에 자익은 금산교회의 초대장로가 되었고, 1911년에 신학교에 입학하여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15년 목사가 되어 금산교회의 목사가 되었습니다. 특별히 감격했던 일은 그를 핍박했던 장인이 개종하여 그리스도인이 된 것입니다. 그 후 자익은 지도력이 뛰어나서 전국 교회를 지도하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총회장을 세 번이나 역임하면서  한국교회가 일제치하에서 어려울 때 교회를 수호하고 복음 전파하는 일에 크게 공헌하였습니다.
이렇듯 초기 한국교회에서는 초대교회 때와 마찬가지로 오네시모와 같은 사람들이 복음의 능력으로 자유인이 되고,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자매가 되고, 교회의 지도자가 된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이들의 삶에서 복음의 변화시키는 능력을 볼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 곳곳에는 고통과 절망이라는 어두움이 인간 삶 곁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두움을 밝혀줄 등불 같은 존재가 필요합니다. 등불 같은 사람은 복음의 변화시키는 능력을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주님 안에서 평화를 미리 맛보았고, 평화롭게 하는 사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믿음으로 사랑으로 복음의 정신을 실천하여 세상의 등불이 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 이자익 목사에 대한 내용은 『호남교회 형성인물』(도서출판 경건, 2000)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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