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 목사님들과 그 가정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며 ‘천로역정’의 삶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불편한 사실입니다. 목회에 전념해도 부족할 시간에 미자립교회 목사님들은 야간 대리운전, 환경미화 등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끝내 목회를 내려놓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김소은 양(18)의 아버지 김성권 씨(55)도 1년 전까지 미자립교회 목회자였습니다. 전북 김제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한 김 씨는 택시운전사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3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신학대에 진학해 목사가 됐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김 씨의 교회에는 교인이 10여명에 불과해 고정 수입조차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노숙인이나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이 찾아오면 그때마다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재정 악화를 견디기 힘들었던 김 씨는 목회를 내려놓고 대리운전을 하며 생활비를 벌기 시작했습니다. 그에게는 3년 전부터 건강이 악화된 아내와 외동딸이 있습니다. 최근 그는 대입 실기시험을 앞둔 딸에게 “함께 실기시험에 가주겠다”며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습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못 지키게 됐습니다.
김 씨는 지난 10월 3일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다가 서울 강변북로 일산 방향 동호대교 200m 앞 지점에서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그의 외동딸의 말이 마음을 울립니다. “요즘엔 주말에도 일을 나가셨어요. 말씀은 안 하셨지만 아마도 제 대학등록금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평생 고생만 하셨는데….”
김 씨는 대리운전을 하면서도 부모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대리운전 기사 자녀들을 상담하며 먹을거리를 챙겨줬다고 합니다. 어느 자리에서든 선행을 베풀려 했던 그의 모습을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좇아야겠습니다. 한국교회가 미자립교회를 보듬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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