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대 플로라아카데미 ‘배움의 정원’

“정원은 그 자체로 우주입니다. 그곳에 사람이 있고, 물에 비치는 달도 있으며, 식물, 동물이 존재하는 모든 자연의 생명 순환계가 있거든요.”

15년째 원예치료에 매진해온 최영애 박사의 말이다. 원예치료를 위해선 정원을 가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정원이 바로 ‘배움의 정원’이다. 원예치료정원으로 꾸며진 이 정원은 서울여대 플로라아카데미(서울 혜화동 소재) 옥상에 조성되었다. 정원을 둘러보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옥상에는, 아니 정원엔 다양한 식물들이 있었다. 구아바, 은쑥, 붓꽃, 속새, 수호초, 갯국 등이 저마다의 모양을 뽐냈다. 몇몇은 특유의 향기를 뿜었다. 아메리칸블루에는 벌 두 마리가 바삐 움직였다. 
“옥상을 정원으로 만들고 3일만에, 벌이 날아왔어요. 어떻게 알았는지 옥상까지 찾아온 거지요. 도시에서도 녹지가 구성될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옥상과 옥상이 연결되듯, 정원과 정원이 이어져 녹지가 점점 넓어지는 거지요.”
나무의 즙액을 먹고 자란다는 주홍날개꽃매미를 잡던 김보라 팀장이 말했다. 반가운 손님도, 그렇지 않은 불청객도, 정원이 만들어졌음을 알고 찾아왔다.

# 인류의 시작, 정원
“최초의 정원은 에덴동산이었어요.”
식물은 태초부터 있었다. 창조주의 정신이 깃든, 창조물이다. 그래서 인간과 식물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정원을 가꾸면서 하나님의 돌보심을 깨닫는다.
에덴동산이 영어로 ‘Garden of Eden’인 것을 보면 뜻이 명확해진다. 최초의 정원(Garden)이었던 샘이다. 교회가 처음의 모습을 회복해야 함은 물론이다. 최영애 박사는 “건물이 멋진 교회들은 많은데, 이제는 쉼과 안락함을 주는 요소들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며 교회 안에서도 정원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밤하늘을 밝히는 붉은 십자가만큼이나, 녹색 정원이 구성되어 있음을 상상해보라. 아주 작은 면적의 옥상도 가능하다. 십자가와 십자가 사이를, 벌들이 바삐 움직일 것이다.
자연그대로의 ‘숲’이 아닌, ‘정원’인 이유도 정원이 인간에게 안락함과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태초에 벌거벗은 두 남녀가, 하나님의 보호아래 있었듯 말이다.
방과 후 학교 등을 통해서 텃밭 가꾸기, 학교정원 등이 유행하고 있지만, 그 안에 정신이 들어 있지 않으면 그냥 ‘좋은 것’ 이상의 그 무엇을 얻지 못한다. 윤경은 한국원예치료학회 회장은 특히 아이들에게 원예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공부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우울해하고, 또래와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하잖아요.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성장은 ‘때’가 있기 때문이에요. 공부는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마음의 성장은 시기를 놓치면 힘들어집니다. 정원을 통해 식물과 만나고, 하나님을 느끼면서 마음을 키워가도록 돕는 거지요.”

글=이범진 기자
사진=김승범 기자  

* 원예치료는?
식물을 통한 원예활동에 의해서 사회적, 교육적, 심리적 혹은 신체적 적응력을 기르고, 이 과정에서 육체적 재활과 정신적 회복을 추구하는 전반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오늘날 원예치료는 정신적, 신체적인 결함이 없는 정상인도 대상으로 한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에 원예치료사 강좌가 최초로 개설되었고, 1987년에 미국원예치료협회(American Horticultural Therapy Association: AHTA)가 결성되어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 서울여대 플로라아카데미
총 27학점(3학기) 과정으로, 한국원예치료학회 준원예치료사, 2급 원예치료사 자격증이 발급된다. 의료, 복지, 교육, 조경 분야에서 활동이 가능하다.(문의 02-971-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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