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의 문턱에 간 것 같던 며칠이었습니다. 이제 제대로 가을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가을풍경을 바라보며, 나무 한그루도 저리 멋지게 무언가 열매를 맺고 거두게 하고 한 해를 마무리 하는데, 만물의 영장 인간으로 사는 우리들은 과연 어떤 열매를 맺고 있는지 스스로 부끄러워집니다.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말, 아시나요? 이 땅을 떠날 때는 아무 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의미심장함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어찌 사람들은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서 죽지않고 살기만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모두 죽지 않습니까!
원래 사람의 DNA에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마음이 있다고 합니다. 부(富)를 쫒는 것은 복음이 아닌데, 지금 이 땅의 사람들은 목적없이 부를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목적도 목적 나름이겠습니다만, 그것은 수단이지 목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엄청나게 부를 쌓은 사람들이 이 땅을 떠날 때, 그 물질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 얼마나 초라한 인생일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런 분에게는 수의에나마 뭔가를 잔뜩 넣어 보내는 제도도 과거에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이 조금씩 정신 차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동행’의 거리에서는 늘 이렇게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이야기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한 순간처럼 지나가는 존재들이, 살아있는 동안 삶의 향기를 뿜어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몸짓은 그들의 신앙고백이기에 더욱 향기롭고, 그래서 더욱 빛납니다. 점점 확산되어가는 기부운동도 그 줄기입니다. 가졌다고 다 나누는 게 아니고, 가난하다고 나누지 못하는 게 아님을 우리는 늘상 보고 배웁니다. 아픈 마음들을 치유하며 당당히 세워가는 상담소이야기에서부터 저 이국땅에서 밥퍼주며 살아가는 선교사 이야기, 연구결과로 얻은 수익 전액을 기부하는 굳지않는 떡 개발자 이야기, 환경과 에너지를 생각하며 창조질서보존을 향한 몸부림으로 교회 지붕에 햇빛발전소 세운 교회이야기, 은퇴교역자들이 머물 곳이 없다는 걸 알고 뫃시고 살고싶어하는 평신도의 소박한 이야기까지... 독자들과 함께 공감?동감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세계적인 부자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재산 절반 기부하기 운동(The Giving Pledge) 재단을 발족시켰다고 합니다. 물론 그들은 재산의 99%, 85%를 기부하고 말입니다. 큰 부자가 다 기부하는 건 아니지요. 우리나라에도 경주 최부잣집 철학처럼 멋진 기부문화가 있습니다. 요즘은 ‘기부’가 대세입니다만, 여전히 탐욕에 찌든 ‘소란하고 요란한’ 부끄러운 사람들 이야기가 세상을 지배하는 듯하여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의 향기롭고 아름다운 삶의 행진이 탐욕의 세상을 덮어버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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