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손에 쥐고 떠날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무엇일까? 가난, 무서운 개, 전염병, 칼, 독약, 뱀, 사자, 나쁜 사람…. 미국의 한 자료에 따르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라고 한다. 정말이지 청중 앞에 서는 것은 두렵고 떨리는 일이다. 청중 앞에 자주 서는 연예인들도 그걸 경험한다고 한다. 자기 자신의 많은 부분이 노출되기 때문이리라. 자기보다 더 많은 걸 아는 이들, 자신과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 자기를 싫어하는 사람들 앞에서 더욱 그렇다.  

자신의 결점이 가장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무대는 청문회일 것이다. 그런데도 심각한 결점을 지닌 사람들이 공직을 맡겠다고 청문회에 나서서 웃음거리, 심지어는 지탄의 대상이 되는 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격이 없는 사람은 그런 무대에 나서지 않는 것이 가족과 국민, 그리고 자신을 위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생각하기에 제일 무서운 건 이별이 아닐까? 오랜 세월 사랑해온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건 얼마나 아픈 일인가? 얼마 전 야구인 최동원 씨가 세상을 떠났다. 평생 야구공만 만지작거리며 살아온 그가 정든 가족들과 헤어지는 순간에, 그의 어머니는 야구공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고 한다. 아마 최동원 씨도 그걸 간절히 원했을 것이다. 야구공을 움켜쥔 채 그는 인생의 9회 말을 완투로 마무리하고 인생이라는 구장을 떠났다.

이 소식을 접하며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나는 과연 세상을 떠날 때 무엇을 손에 쥐고 떠날까?” 주위를 둘러봐도 쉽게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내 손에 쥐고 떠날 게 없다는 사실도 참 무서운 일이다.

인생은 시간이라는 재료로 지어지는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그 일을 찾는 데에도 시간이라는 인생의 재료를 아낌없이 투자해야겠다. 그래서 가을이 있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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