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꼴' 그리는 초선영 씨


사람의 얼굴을 그린 그림을 초상화라 한다. 흔히 알려진 ‘얼굴’의 어원은 얼꼴. 얼, 즉 마음의 골, 마음의 모양이 드러난다 하여 얼굴을 얼굴이라 했다 한다. 마음이 얼굴이 되기 전, 그러니까 얼꼴 원형을 있는 그대로 그려주는 초선영 씨를 만났다. 정식 명칭은 ‘내면 초상화’라 한다. 3년간 2,000명에 가까운 이들의 얼꼴을 그렸다.

# 눈과 눈

처음 시작은 초상화와 같다. 눈과 눈을 마주하고, 상대를 보는 것이다. 단순한 관찰이 아니다. 눈과 눈의 교감이 시작된다. 그러니 눈이 빛나는 사람이 유독 좋다 한다. 그것이 동족(?)을 판별하는 기준이란다. 이런저런 대화도 주고받는다. 몇 마디만으로,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가까워지는 사람도 있고, 불편한 사람도 있다. 그런대로 교감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

“자신을 한 단어로 표현해주실래요?”

시간이 멈추는 순간이다. 바쁜 일상에 휩쓸려, 시간에 저당 잡힌 이들에겐 더욱 그러하다. 언제, 이렇게 자기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있었을까? 시공간을 초월하는 내면 여행인 셈이다. 온전하게 자기에게만 집중하는 찰나! 그때, 얼꼴이 드러난다.


# 마음과 마음

“피에로.”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예뻤던 어느 아가씨였다. 자기를 표현하는 단어를 ‘피에로’라 했다.
“직업이 비서라 했어요. 그래서 웃고 싶지 않을 때도 웃어야 한다고요. 슬플 때에도 웃어야 하니, 자기가 피에로 같다 했어요.”

슬플 때는 슬픈 대로,
기쁠 때는 기쁜 대로,
마음대로 표정 지어도 좋아요.
지금까지 지어온 미소들이
당신대신 웃음 지어줄 거에요.

자신이 피에로라고 느낄 정도라면,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정말 많은 웃음과 기쁨을 선사했을 것. 그러니 슬플 때, 슬픈 표정을 지어도, 지금까지 지어온 미소가 여운이 되어, 일부러 웃음 짓지 않아도 웃는 얼굴로 보일 거라는 응원을 담았다.

이렇듯 모든 그림에는 초선영 씨와 손님들의 이야기가 있다. 얼과 얼이 만나는 순간의 기록이다. 


# 사람과 사람

2,000개에 가까워지는 그림의 수만큼, 이야기도 늘어난다. “아! 이 그림은요…” 무심코 바라보는 그림 한 장 한 장, 그 사연을 일일이 기억하여 말해준다. 만남을 소홀히 여기지 않기 때문이리라.

“간혹 부정적인 단어로 자기를 표현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긍정적으로 풀어낼까 고민해요. 모든 것은 양면이 있으니까요. 이분은 ‘어둠’이라고 자기를 표현하셨어요. 이유 없이 우울하고, 축축 쳐진다고요.”
초선영 씨는 자기의 가장 우울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어둠이 가슴 깊이 밀려왔을 때를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별을 본다.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견하려면
어둡게 모든 빛을 제거하여야.
칠흑 속 빛나는 나의 빛

얼굴이 아닌, 얼을 그리는 사람. 그녀는 알 것 같았다.
-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요?
“생명체요. 살아 움직이고, 바뀌고, 느끼는 것도 많고, 물처럼 다양하고….”
죽은 듯 회색빛의 얼굴들을 하고 있지만, 얼은 아직 살아 있구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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