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부분 외고 있는 <주기도문>의 첫머리에는 '거룩'이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함을 받으시오며' 하는 글귀로 기도가 시작됩니다. 이 거룩함, '거룩하게 여김을 받으소서' 할 때의 그 '거룩'의 뜻은 무엇을 일컫는 것이겠습니까?

말로 다할 수 없는 능력의 한계를 지닌 우리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의 온전한 모습을 감히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겨우 우리는 '거룩하시다'라는 말로 그를 그려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속된 피조물과는 구별되는 분이시라고 밖에는 달리 그려볼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그 누구도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삼감이 없이 이렇다 저렇다 정의를 내리고 각색하지 못합니다. 우리에게는 그의 거룩하심을 제대로 그릴 능력이 없고 그릴 자질이 없기 때문입니다. 

능력의 한계를 지닌 문제투성이의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의 거룩하심이란 이렇고 이런 존재라고 함부로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인간이 지닌 능력의 한계를 알지 못하고 인간이 타고난 문제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 무지막지한 사람이 아니라면, 별것 아닌데도 대단한 것인 양 으스대며 기고만장해하는 경박한 '근대의 시정배'가 아니라면, 그의 거룩하심을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과 붓으로 그려놓을 수 없습니다.

하늘에 계신 분

예수 그리스도는 그가 가르쳐주신 기도에서 그 거룩하신 하나님이 '하늘에 계시다'고 하십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하나님이 어느 특정 물리 공간에 계시지 않을진대, 그가 "하늘에 계시다"는 이 글귀는 무엇을 일러주는 것입니까? 하나님이 "하늘에 계시다"는 이 말은 하나님의 위엄을 일러주기 위함입니다.

그 전능의 하나님이 '하늘에 계시다'는 것은 또 무엇을 위함입니까? 그가 '하늘에 계시'는 까닭은 천상의 어느 한적한 곳에서 편안히 쉬시기 위함이 아닙니다. 역사로부터 거주를 옮겨 하늘이라는 특정 공간 안에서 자기만의 안락을 구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그가 '하늘에 계시'는 까닭이 있습니다.

그것은 높은 그곳에서 하늘 아래 땅 위의 모든 것을 굽어살피시고 모든 것을 다스리시기 위함입니다. 하나님이 '하늘에 계시다'고 한 이 말 속에는 하나님이 '하늘에서' 땅 위의 모든 것을 다스리시고 땅 위의 모든 것을 다 살피시기 위함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모든 것 너머 모든 것 위의 저 높은 '하늘'에서 하나님이 그 하늘 아래 모든 것을 맡아 주재하십니다.

땅 위의 사람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이 땅의 모든 것을 살필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없습니다. 자기 것을 챙기기에 아옹다옹 안달복달하여 두루 모든 것을 살피지 못하고 다 헤아리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이 땅 위의 모든 것을 균형 있게 살필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없습니다. 자기 이익에 치우쳐 언제나 균형을 잃고 균형을 깹니다. 저 하늘에서 아래로 굽어살필 수 있는 안목이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그러한 안목을 우리는 일찍이 잃어버렸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행태와 의식 세계가 경직되고 경직되어서 아무리 자신의 삶이 흉악망측하다고 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어떤 의심의 티끌도, 어떤 항변 한 톨도 자기 방어의 벽 안으로 뚫고 들어오지 못합니다. 자기가 가진 것은 모두 자기의 업적이고 자기의 성취라고 확신하여 그렇게 강변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기고만장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죽기 살기로 제 잇속을 쟁취하려는 이 땅의 광분한 행군 대열의 전사가 된 우리에게, 여기에 끼어들지 못하고 철저히 따돌림당하여 뒤처진 저 변두리 사람까지 살필 '하늘의 거룩'한 눈이 없습니다.

하늘의 거룩한 눈

우리는 참 모자랍니다. 좁습니다. 균형 있게 모두를 다 살피지 못하고 아우르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가 몹시 좁다는 고백의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참 모자랍니다. 얕습니다. 이 땅을 높이에서 굽어살피지 못하고는 마냥 마냥 비좁은 자기 이익의 울타리 안에 갇혀버린 마음가짐, 그 마음가짐의 한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드립니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에게 이러한 기도를 드릴 수 있게 우리가 선택을 받았습니다. 하늘에서 그 아래 모든 사람들을 굽어살피시고 눈여겨보시는 하나님, 한시도 눈길을 떼지 않으시고 살피시는 그 하나님을 우리가 '거룩하시다'고 믿고, 그 이름이 '거룩되게 받들겠다'고 기도할 수 있는 반열에 들게 되었습니다. 

이 고백과 기도에서, 우리는 하늘의 거룩함에 눈뜨게 됩니다. 그 거룩한 하늘의 눈에 눈뜨게 됩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그 하늘의 눈으로 이 땅 위의 모든 것을 굽어살필 수 있게 됩니다. 생명이 겪는 시달림과 아픔을 눈여겨보고, 한숨짓는 표정도 읽고, 애통한 과부와 헐벗은 고아와 벗을 찾지 못한 나그네와, 그리고 집이 망가지고 아예 집을 잃어버린 애처로운 사람들의 고통도 살핍니다. 그리고 가깝고 먼 곳에서 죽어가는 뭇 생명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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