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킴이③ 어느 老 교수의 ‘무모한’ 도전

 

사용한 전력 사용량만큼 움직이는 전기 계량기가 거꾸로 움직인다. 마이너스 방향으로 움직이는 계량기다. 고장은 아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 거꾸로 움직이는 계량기의 비밀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2003년 11월, 28년간 살던 서울 집을 떠났다. 새로이 터를 잡은 곳은 경기도 광주로 새로 집을 지어 이사했다. 집을 지으면서 광주시에 유일한 발전소(?)도 하나 세웠다. 태양광 발전기를 지붕에 설치한 것이다. 매일 전기가 얼마나 발전되었는가를 들여다보는 게 하나의 재밋거리가 되었다. 하루 최고 18킬로와트까지 만들어낸다는데, 낮이 긴 여름이면 그 생산량은 더 많아진다.

발전된 전기를 집에서 다 못 쓰면 나머지는 일반 전선을 통해 한국전력으로 들어가는데 그때는 전기 계량기가 거꾸로 돌아간다. 비가 오거나 구름이 많이 끼지 않는 날이면 저녁 때 계량기 숫자가 아침보다 8킬로와트 정도 줄어든다. 일생동안 숫자가 올라가는 계량기를 보다가 줄어드는 계량기를 보는 것은 여간 즐겁지 않다.
▶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들까? 손 교수는 정부에서 70% 비용을 보조받아, 나머지 30%인 1,300만 원을 지불했다. 적은 액수가 아니지만,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차원에서 과감하게 결단했단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여력이 안 된다면, 전등 하나씩 끄는 습관을 익히는 게 좋다. 집집이 전등 하나씩만 끄면 발전소 하나를 덜 지어도 된다. 

# 굴뚝을 찾지 못한 무쇠난로

빚을 얻어 집을 짓는 주제에 그래도 허영심은 남아서 거실 한쪽에 벽난로를 설치했다. 전문 벽돌공을 부르고 내화벽돌을 구하는 등 꽤나 많은 돈을 들였다. 그런데 잘못 만들어서 그런지, 벽난로란 게 본래 그런 건지, 도무지 난로 구실을 하지 못했다. 풍향, 기압 등 기상 조건이 특별히 좋은 날을 제외하고는 굴뚝으로 나가야 할 연기가 방안으로 마구 들어오는 것이다.

이렇게 집안을 몇 번 너구리굴로 만든 다음에는 벽난로에 불 피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손 교수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한겨울에도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실내 온도를 19도로 유지한다는 그가 아닌가. 거금을 들인 벽난로가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으니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다행히 문제를 해결할 만한 제품이 대만에서 제작되었다. 역시 거금을 들여 구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아무리 풍향이 변해도 방안에 연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 후 몇 년 동안, 거의 매일 불을 피웠는데도 아직 돈 주고 땔감을 산 적이 없단다. 타고 남은 재는 마당에 뿌려 나무들과 잔디의 거름으로 사용한다. 주변에 모두 아까운 것들뿐이다. 한여름의 그 많은 열을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에 쓰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한 물리학자나 공학자들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 배보다 배꼽이 큰 빗물받이

물은 그냥 흘려보냈을까. 큰 빗물 통을 설치했다. 배관공이 하루를 다 투자해야 했다. 머릿속으로 그려보라. 빗물받이에서 물통으로 이어지는 유도관, 두 물통을 연결하는 파이프, 물이 넘칠 경우의 배수관, 그리고 물을 빼 쓰는 파이프 등을 연결했다. 총 비용은 70만 원. 돈을 받아들고 가는 배관공의 눈빛은 꼭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이다.

“홍수가 나면 바다로 흘러가 버리는 물을 조금이라도 유용하게 쓸 수 있고, 연못이나 샘물을 마당에 뿌리기 위해 드는 전기를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빗물 통은 자연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물론, 내가 죽을 때까지 그렇게 해서 절약되는 돈을 합해도 결코 70만 원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다. … 나는 ‘티끌 모아 태산’을 믿는다. 모두가 나 같은 노랭이가 되었으면 한다.”

▶ 티셔츠 한 장에 들어가는 면화를 재배하려면 물 약 970리터가 필요하다. 모닝커피 한 잔에 들어갈 커피콩을 재배, 생산, 포장, 운반하는 데는 140리터가 소요된다.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는 자동차 무게의 50배 정도인 148,000리터가량의 물이 들어간다. 그리고 수십만 명의 어린이가 깨끗한 물이 없어서 1년 안에 죽는다.

* 손봉호 지음, <잠깐 쉬었다가>(홍성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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