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킴이① 평생 씨앗 심는 목회한 임종수 원로목사


 “나무 하나씩 붙잡고 대화해봐~” “제일 예쁘게 생긴 꽃을 찾아서 이야기해봐~”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동심 속에 씨앗이 심긴다. 곧 나무에 난 상처까지도 눈에 들어온다. 한낱 발밑의 들풀도 그 이름을 알게 되면 친구가 되고, 자연스레 인격적 교감이 시작된다.


“목사님, 목사님, 산에 꽃이 없어요~!”
개화산 지킴이를 자처한 목회자를 만난 덕에 덩달아 관심이 생긴 청년들이었다. 꽃 사진을 찍기 위해 교회 근처 개화산에 올랐다가 허탕을 치고 내려온 것이다.
“녀석들아, 꽃이 없긴 왜 없나? 발밑을 봐라!”
청년들, 서로의 얼굴을 어색하게 마주 보며 다시 산으로 향한다. 두어 시간 후 돌아온 청년들은 표정부터가 달랐다.
“목사님, 목사님, 정말 발밑을 보니까 꽃이 많았어요!”

임종수 목사는 교회은퇴(큰나무교회 원로)는 했지만, 여전히 목회중이다. 이른바 ‘자연지킴이 목회’다. 하나님 주신 땅과 자연을 돌본다. 또 사람들이 그것을 ‘잘’ 다스리도록 깨우친다. 임 목사가 산을 한 바퀴 돌면, 양손에 식물들이 한 움큼씩 쥐어져 있었다. 식물을 사랑한다는 그가 왜 꽃을 뽑아 돌아올까?

식물이라고 다 같은 식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뽑아온 식물들은 ‘유해식물’들이다. 정확한 용어는 ‘생태계유해 외래식물’이다.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 금어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이름만으로는 도무지 어떤 식물인지 가늠되지 않는다. ‘유해식물’은 아무데서나 잘자라고 번식해서 옆에 있는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방해하는 못된 식물군이다. 일반인들은 쉽게 구분해내지 못하는 숨겨진 유해식물들도 임 목사는 척척 골라낸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개화산에는 유해식물들이 많이 사라졌다. 서울 방화동 개화산 식물들은 이리 잘 다스림을 받는다.

있을 법한 식물이 개화산에 없으면, 다른 곳에서 야생화 씨를 가져와 심기도 한다. 땅에도 심고, 사람 마음에도 심는다. 아름다운 품성을 심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환경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길을 내기 위한 임 목사의 여정엔 꽃씨들이 투두둑 떨어져 있다. 꽃 좋아하는 사람은 악하지 않다고 했던가. 그래서 그의 목회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꽃 심기’다.

특히 아직 동심을 지닌 아이들을 데리고 산을 오른다. 교회가 할 수 있는 대안교육 중 하나였다. “나무 하나씩 붙잡고 대화해봐~” “제일 예쁘게 생긴 꽃을 찾아서 이야기해봐~”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면, 동심 속에 씨앗이 심긴다. 곧 나무에 난 상처가 눈에 들어온다. 한낱 발밑의 들풀도 그 이름을 알게 되면 친구가 되고, 자연스레 인격적 교감이 시작된다.

은퇴 없는 개화산 목회

언젠가부터 교인들도 그를 따라, 유해식물을 뽑으러 다녔다. 이 꽃이 그 꽃인지 한참을 들여다보고 “이게 맞느냐”며 재차 확인하는 그들이 귀찮을 것도 같은데, 기꺼이 따라 나서는 마음이 감사하기만 하다. 생태환경목회의 열매가 맺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개화산의 나비 한 마리를 귀하게 여기는 그의 모습은 종종 주변 사람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과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한다는 비웃음이었다.

그의 묵묵한 자연 사랑 목회를 먼저 알아본 것은 교회 밖 사람들이었다. 그가 만든 <야생화 소개 안내지>, <야생화 달력> 등을 받으러 교회로 모여 들었다. 교회이름이 박힌 띠를 두르고 전도지 나눠줄 때는 피하던 이들이, 자기 발로 찾아 왔다. 꽃 화보, 꽃 옆서는 금방 동이 났다. 자연을 통한 소통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씨앗에 심긴, 하나님의 창조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수 십년동안 개화산 자락에서 자연친화 목회, 주어진 환경에서 주변을 돌보며 섬기는 독특한 목회정신을 펴 온 셈이다. 이것이 임목사의 목회정신이다. 산에도 마음에도 씨앗을 심고 가꾸는 목회.

 

 

초교파적으로 소개되어야 할 대안목회 모델!

지난 8월 25일 열린 [아름다운동행 대화모임]은 임종수 목사의 생태 목회 이야기로 채워졌다. 꽃을 심는 사람들과 그 공동체 이야기에, 활기찬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박종화목사(경동교회)는 “목회를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다양성 속에서 특징을 살리는 아름다운 목회로서, 초교파적으로 모든 교단에 소개되어야 할 대안목회의 모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 우면산 부근에서 목회를 하는 유병근 남도교회 목사는 "이번에 우면산 산사태로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잘 돌보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 같다"며 "임 목사께서 개화산을 돌보셨듯, 우리 교회도 곁에 있는 우면산에 관심을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원홍목사(서울서문교회)도 “여러 식물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그 풍부함 감성과 교감능력으로 환경을 보호할 것”이라며, “미래 자원과 환경을 위해서라도 모든 교회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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