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야구는 그 어떤 종목보다도 강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게임이다.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오는 순간 실투를 던지고 타격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지는 거다.

 

“야구랑 결혼했냐”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그때마다 웃음으로 넘겨버리지만, 만약 야구 같은 남자가 있다면 결혼은 하지 않을 거다. 연애하는 설렘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같은 여성들이 많아진 것 같다. 아저씨들로 가득했던 야구장의 풍경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프로야구는 올해 역대 최소 경기 500만 관중 돌파에 이어 꿈의 ‘600만 관중 돌파’를 앞두고 있다. 얼마 전까지 승부조작 파문으로 떠들썩했던 프로축구의 지난해 총 관중이 273만여 명, 프로농구 2010-2011 시즌 관중이 102만 정도라고 하니 이쯤 되면 ‘요즘 대세’ 야구의 대단한 인기가 실감 난다. 도대체 야구가 왜 이렇게 좋은 걸까.

저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다”라는 말이 가장 좋다(물론 잘생긴 야구선수들을 보는 것도 신난다!). 프로야구 시즌 중에는 월요일을 제외하곤 -우천취소만 되지 않는다면- 매일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다. 지겨울 법도 한데 경기마다 새로운 것이 도통 권태기란 게 없다. 야구의 속설 중에 ‘위기 뒤엔 반드시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이 있는데,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위기가 찾아오지만, 그 위기를 잘 넘기면 곧바로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오는 것이 정말 신기할 정도다. 그래서 뉴욕 양키스 출신 야구선수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명언을 남겼고, 사람들은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고 말한다. 인생도 그렇다. 위기를 피할 수는 없지만 극복할 수는 있다. 그리고 역전의 기회가 온다, 반드시.

지름 7.3cm, 무게 140g. 야구공은 작다. 이 작은 공에 사람들은 그토록 열광하는 것이다. 투수의 글러브를 떠난 140g의 공이 타자가 서있는 홈플레이트까지 날아가는 0.35초의 시간은 야구 게임에 있어 가장 신성한 순간이다. 수천, 수만의 관중들이 숨을 죽인 채 투수와 타자의 승부에 집중한다. 보통 3~4시간씩 이어지는 야구 경기가 길고 지루하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0.35초의 승부가 쉬지 않고 계속되는데 도대체 지루할 틈이 어디 있단 말인가. 고의사구를 작전으로 내는 경우도 있지만, 마운드 위에선 도망갈 곳이 없다. 투수는 자신의 공을 믿고 과감하게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타자도 질 수 없다. 반드시 출루하겠다는 마음으로 공 하나하나에 집중력을 잃으면 안 된다. 야구는 그 어떤 종목보다도 강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게임이다. ‘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오는 순간 실투를 던지고 타격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지는 거다.

야구를 보며 나는 늘 많은 위안을 받는다. 전쟁 같은 하루를 마친 뒤, 어김없이 야구 경기에 빠져 있노라면 “오늘 실망스러운 하루를 살았다고 위축될 필요 없어. 내일이면 또다시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니까. 너를 끝까지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잊지마!”라고 누군가 토닥여주는 것만 같다. 실투 후에 동료들의 격려를 받고, 다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듯이 말이다. 지치고 또 지치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포기란 없다.



Tip 야구를 즐기려면?
1. 응원하는 팀을 정할 것
현재 우리나라에는 지역을 연고로 한 8개의 프로야구팀이 있다. 팀마다 야구하는 스타일과 응원문화가 다르니 나에게 맞는 팀을 찾는 것이 좋다.
2. 야구의 기본 룰 익히기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기본적인 룰만 알아도 야구가 지루할 틈이 없을 테니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보자.
3. 좋아하는 선수 응원하기
선수마다 응원가가 다르고 인기가 많은 선수들은 대부분 팬클럽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선수의 활약엔 기쁨도 배가 된다.
4. 야구장으로 GO GO
녹색의 그라운드를 보는 순간 꽉 막힌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경험을 할 것이다. 야구장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먹고 마시고 소리지르기!
5. 나도 야구선수?
뭐든지 직접 해보는 것만 못하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아마추어 야구팀도 많이 생겼다. 야구팀 가입이 어렵다면 근처 야구연습장이라도 찾아 직접 즐겨보자.

글=김혜미
<한국기독공보> 기자. 두산베어스의 열혈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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