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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얹어주려고요"
일상 한 조각의 잠언 ▶ “고작 2%뿐이라고?”
[114호] 2011년 09월 04일 (일) 배지영 @


그날 난 몹시 부끄러웠다. 얼추 98%의 모양새만 갖춘 채, 뭔가 하는 듯 굴었던 스스로가 너무 창피했다. 2%는 본질이었다. 전체가 되고 결국 그 마음의 중심이었다. ‘고작’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참 이상하다.
똑같은 이야길 해도 이 사람이 하면 웃긴데 저 사람이 하면 하품만 나온다.
따끔한 충고의 말도 이 사람에게 들으면 고마운데 저 사람에게 들으면 불쾌한 기분만 든다.
소설도 그렇다. 구성도 좋고 문장도 좋고 흠잡을 덴 없는데 전혀 매력 없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어떤 작품은 두고두고 오랜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이유가 뭘까.
2%가 부족해서가 아닐까 싶다.
고작 2%뿐이라고?

몇 년 전 일이다. 난 교회에서 이른바 학생부 ‘보조교사’라는 다소 애매한 직분을 맡고 있었다. 교사에 비해 딱히 하는 일은 없었다. 학생부 아이들이 놀러 갈 때 인원을 체크한다던지, 아이들끼리 크고 작은 갈등상황이 연출될 때 적절하게 이야기 들어주는 것이 역할이었다. 그러나 교회 다닌 연수도 길지 않고 깊은 믿음의 소유자도 아니었던 내겐 그 일도 무척 부담스러웠고 대단한 헌신이라도 하는 듯 여겼다.

하루는 학생부 아이들을 모아 인근 운동장에서 농구 시합을 했다. 그때 난 음료수와 종이컵을 준비하는 것으로 내 일을 마쳤다고 생각했다. 농구 룰도 모르고 스포츠 경기 자체를 별로 즐기지 않았던 난, 누가 이기느냐 혹은 얼마나 멋진 플레이를 벌이느냐는 하나도 중요치 않았다. 아직 늦더위가 물러가지 않은 초가을 무렵이라 빨리 시합이 끝나 시원한 집으로 돌아가 쉬기만을 바랐다. 예상보다 경기는 늦게 끝났다. 전도사님은 땀으로 범벅된 아이들을 다시 봉고차에 태워 교회로 데려갔다. 밥을 먹이겠다는 거였다.

교회 식당엔 이미 한 청년부 자매가 음식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당시 이십 대 중반이었는데 주일학교 교사였다. 마침 교회에 있다가 연락을 받고 준비하는 거라고 했다.

메뉴는 김치볶음밥. 식욕이 왕성한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양도 많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큰 주걱으로 밥을 볶고 있었다. 급히 준비해서 형편없다곤 했지만, 매우 정성스러워 보였다.

“밥을 뜰까요?”
주걱을 건네받은 내가 묻자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러더니 그녀는 달군 프라이팬에 계란을 깨기 시작했다.
“하나씩 얹어주려고요.”
그녀는 씩 웃었다.
“아, 이것만으로도 훌륭한데요.”
내가 말했다.
“그래도요.”
그러곤 그녀는 재빠른 손놀림으로 계란프라이를 하나씩 해서 김치볶음밥 위에 척척 얹어 주었다.
아이들은 맛나게 한 그릇 비우고 또 달라고 했다. 이럴 줄 알았던지 다소 과하게 했다고 생각했던 밥은 정말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나라면 어땠을까.
김치볶음밥 정도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물론 투덜대면서).
계란프라이? 그건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문득 떠올랐다 해도, 한창 잘 먹는 나이인데 김치볶음밥만 먹어도 좋아할 거야, 라고 여겼을 것이다.
고작 계란프라이. 어찌 보면 2%밖에 차지하지 않을 메뉴가 갖는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에게 뭐라도 더 잘 먹이고 싶어 하는 마음과 잘 먹는 나이니 이 정도로도 충분해, 라는 생각이 어찌 같겠는가.

그날 난 몹시 부끄러웠다. 얼추 98%의 모양새만 갖춘 채, 뭔가 하는 듯 굴었던 스스로가 너무 창피했다. 
2%는 본질이었다. 전체가 되고 결국 그 마음의 중심이었다.
‘고작’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과 침팬지는 유전적으로 98.4퍼센트가 똑같다고 한다. 1.6%의 차이는 완전히 다른 개체가 되고 운명이 되는데, 아, 이토록 큰 2%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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