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대 연습 장면이 자꾸만 떠오른다"


‘남자의 자격-청춘 합창단’이 우리를 감동시킨다. 과거의 화려한 경력을 내려놓고 인생의 후반부를 조용히 살아가는 ‘실버’들을 합창단원으로 모집하겠다는 발상이 참 훌륭하고 창의롭다. 화려한 경력자들이 수없이 면접에 몰려들어 어린 심사위원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 자체가 감동이다. 신체적 한계에 직면하고도 조금도 굴하지 않는 굳은 의지는, 젊은이 못지않은 목소리보다 더 큰 감동이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몇 번이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응시자를 맞이하고 내보낸다. ‘정이 뚝 떨어지는’ 독설을 쏟아내는 다른 경연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과 비교가 된다. 심사위원들의 겸손한 모습이 보기에 참 아름답다.

‘태번 아클 콰이어’라는 합창단이 있다. 다른 종교(몰몬교)의 합창단이지만, 합창의 맛이 달라 참 좋아한다. 머리가 허연 노인들이 돋보기 너머로 악보를 보며 젊은이들과 함께 노래하는 모습이 천상 ‘청춘 합창단’이다. 청춘 합창단원들이 그리 늙도록 여전히 노래를 사랑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린다. 참 은혜롭다.

김태원 초보 지휘자가 만든 곡으로 드디어 연습을 시작했다. 합창은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로 섞일 때 완성된다. TV에 비친 연습 장면을 보니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단원들의 풍부한 인생 경험과 합창을 향한 열정, 그리고 초보 지휘자의 순수성이 아주 멋진 합창을 엮어낼 것 같다.

면접과 연습장면을 보니 왠지 성가대 연습 장면이 자꾸만 떠오른다. 적지 않은 단원들이 성가대 출신인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된다.

진정한 노인 복지는 ‘돈’이나 ‘빵’보다 ‘희망’과 ‘꿈’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합창을 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청춘’들을 위해 교회가 나서서 대대적인 합창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KBS도 이번에 모집에서 탈락한 ‘청춘들’을 위해 한 팀이라도 더 구성하면 좋겠다. 시청료 올려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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