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용의 땡큐 에세이


30년 전 나는 서울 영락교회 앞 쌍용에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회사엔 신우회가 없었다. 아니 신우회가 자리를 잡을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시작한 게 합창단이다. 교회 지휘자였던 나는 회사에 합창단을 조직했고, 나름대로 화려한 대내외 활동을 벌였다. 단원들은 대부분 그리스도인들이어서 우리는 성곡들을 실컷 불렀다.

우리의 합창활동은 계열사에도 확산되었고, 그룹 차원의 합창대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지정곡은 가곡 등이었지만 자유곡은 대부분 성곡이었다. 합창대회가 마치 찬양대회 같았다.

어느 날 영락교회에 직장인을 위한 예배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린 거기에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아예 몇 곡을 준비해서 특송을 했다. 지휘자도, 마땅한 반주자도 없이 몇 명이 중창을 하는 상황이었다. 특송을 한 우리는 한 마음으로 결심했다. 우리가 이 자리를 인수하자고. 그렇게 시작한 직장인예배 찬양대 지휘가 어느덧 만 30년이 됐다.

직장인예배는 회사 일로 지친 인근 직장인들을 위해 1969년에 시작되었다. 이번 9월이면 42주년이 된다. 그동안 이 예배를 통해 얼마나 많은 직장인들이 쉼과 평안을 얻었는지 모른다. 요즘은 김밥을 주지만, 초창기에는 커피와 빵을 주었다. 짧은 예배 후 참석자들은 교회 뜰에 옹기종기 앉아 육신의 양식을 함께 나눈다.
직장인예배 주보에는 이런 글귀가 실려 있다. “금요일 점심은 하나님과 드세요.” 생각해보면 지난 30년 금요일마다 하나님과 점심을 함께 했으니 참 감사한 일이다.

직장인예배는 작은 교회다. 그렇지만 이 교회는 기성교회와 달리 조직도, 갈등도 없다. 모두가 자원하여 출석하고 봉사하기 때문이다. 직장인예배의 자랑거리는 찬양대다. 연습 시간이 절대 부족하고, 대원들의 출석도 들쭉날쭉하지만 기적적으로 화음을 이뤄낸다.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찬양을 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그대로 하나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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