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교 20년, 김진현 교수의 끈질긴 평신도 사역

대다수 교회가 단기선교 준비로 한창이다. 방학을 맞은 학생, 휴가를 낸 직장인 등은 국내외 곳곳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팀을 구성하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연례행사처럼 익숙한 모습들이지만, 이에 대한 논란도 없지 않았다. “4박 5일 정도로 선교라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현지 사역자를 방해하는 거 아닌가?” 행사가 아닌 ‘삶’으로, 여행이 아닌 ‘선교’에 무게가 더 실려야 한다는 반성이었다.

단기선교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답을 얻기 위해, 단기선교를 장기적으로 해오고 있는 김진현 강원대 법과대학 교수를 만났다. 일본 선교만 20년째. 김 교수를 중심으로 강원대IVF, 춘천제일장로교회, 춘천일본선교회의 구성원들이 함께 팀을 이룬다. 전도지 한 장 쥐여주는 것도 힘들다는 일본에서, 지난 19년 동안 복음을 전했다. 물론 2주 남짓의 단기선교를 통해서다.


하나. ‘단기’선교? 준비는 장기적으로!

“최소 1년은 준비해야 지요”

단장 김진현 교수는 매주 토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5시간 동안 세미나를 이끈다. 이날만큼은 점심도 김밥과 빵으로 대충 때운다. 꼬박 5시간을 다 채우는 셈이다. 오전에는 일본어를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전도를 위한 회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중보기도도 빼놓지 않는다. 지난 19년 동안 복음을 받아들인 일본인들의 이름을 읽으며,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오후에는 일본어 찬양을 하기도 하고, 한 주에 한 번씩 일본어로 된 요절을 왼다. 그리곤 일본어로 성경공부를 한다. 날씨는 어떤지, 사회적 이슈는 무엇인지, 지금 현재 일본의 상황을 나눈다.

매주 토요일을, 이렇게 꼬박 1년을 보내야 선교지로 향할 수 있다.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단기선교는 한두 달 뚝딱 준비해서 가면 안 된다는 게, 김 교수의 경험에서 우러난 생각이다.

“벙어리 선교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최소한 복음을 전하기 위한 언어는 배워야 하니까 1년이 걸리죠. 단순히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니까, 선교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위해서라도 1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에요. 영적인 준비도 갖춰야 하고요.” 

 
둘. 개인전도에 집중하라!
“다른 방법도 많이 써봤지만…”

김진현 교수가 일본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이유는 이들이 ‘개인전도’ 방식으로 선교하기 때문이다. 2인 1조로 구성하지만, 일대일 전도를 원칙으로 한다. 그의 성향이나 고집이 아니다. 지난 19년 일본 선교의 노하우다. 일대일 전도가 가장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포스팅(집집마다 우체통에 전도지를 넣는 방식)도 함께 했어요. 5,000장 넘게 해봤지만, 한국에 돌아와서 연락해보면 한 명도 교회에 안 왔다는 거예요. ‘이건 아니구나!’ 했죠. 땡볕에서 고생하면서, 귀한 시간을 낭비한 거죠. 19년간 여러 방식으로 선교하려 했지만, 일대일 전도만큼 좋은 게 아직 없네요.”

전도지를 나눠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명동 거리만큼이나 사람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서도 100장의 전도지를 나눠주려면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전도지를 안 받는다. 어쩌다 받는다 해도,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더 깊이 복음을 전할 수 없다. 그래서 1년간 일본어를 배우고, 선교지역에 대한 정보를 축적한다. 이러한 준비와 정성은 선교지에서 어김없이 빛을 낸다.

 
셋. 시간 관리를 철저하게!
“보충사역이라 생각하면 곤란”

현지 선교사의 사역을 돕는 단기선교가 일반적이지만, 김 교수는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닷새에서 열흘 정도의 시간이 그리 짧은 기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충분히 선교팀이 사역을 기획하고, 주도할 수 있는 기간이다.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1년을 살면서 매일 전도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선교를 가면 어때요? 전도하기 위해 간 거니까, 온종일 전도로 시간을 보내요. 1년간 전도하는 시간을 전부 합친 것에 버금가는 시간을 보내면서, 보충사역이란 마음가짐이라면 시간이 아깝죠.”

보충사역을 하기 위해서 가게 되면, 정적인 사역이 될 수밖에 없다. 현지 선교사와 연계를 맺으면서도, 선교팀의 주체적인 기획이 먼저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지 사역자에게 의지하면, 교회주변에 전도지만 돌리다가 올 수도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우려다. 그런데 언어를 잘 준비해가고, 1년간 장기적인 준비가 뒷받침된다면 현지 선교사가 못하던 일도 해주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수십 년 선교사역을 해온 GP선교회 김병선 대표는 김 교수를 이렇게 평가한다.
“김진현 교수는 ‘풀타임 선교사’를 부끄럽게 만드는 선교사야.”

지난 19년 동안 3,674명이 이들을 통해 복음을 받아들였다. 1년에 약 200명이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1년에 한 명 전도하기도 어렵다는 일본에서 얻은 결과라 의미가 더 크다. 어쨌든 결론은 “내년에도 단기선교를 떠날 거라면, 당장 오늘부터 준비하라”로 내려야 할 듯.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들에게 ‘단기’선교라는 이름을 붙여도 되는 걸까?

 


 

※ 김진현 교수 인터뷰

"선교를 휴가처럼, 휴가를 선교처럼"

- 평신도 사역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처음 일본 선교에 비전을 갖게 된 것이 1991년이었죠. 평소 선교사를 파송하면서 큰 감동이 있었고요. 나도 언젠가 평신도로서 선교하고 싶다 기도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교수로 재직하면서 1년간 해외 파견의 기회를 왔어요. 그래서 조사를 했고, 일본의 상황이 아주 열악한 것을 알게 되어 일본으로 향했죠. 시간 날 때마다, 거리로 나와 전도지를 나눠줬어요. 물론, 잘 안 받아주더라고요.

- ‘일본의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2009년을 기준으로 일본 개신교인의 수는 512,821명이에요. 총인구 대비 0.4%지요. 일본의 복음화율은 공산권 국가는 물론 이슬람권 국가들보다도 훨씬 뒤떨어지는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거의 역사를 떠올리며, 일본을 품지 못합니다. 우리는 예수 믿는 사람들이니까, 영적인 안목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하는데 안타깝지요.

- 전도하신 분들을 교회로 연결해 주는 일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네요.
네, 맞습니다. 전도를 하더라도, 가까운 곳에 교회를 찾기가 어려워요. 일본의 기초지방 자치단체 중 55%의 지역에는 교회가 단 1개도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그런 지역으로 찾아다녔지만, 요즘에는 연결성도 중요한 것 같아 교회가 가까운 지역에서 전도를 하고 있어요. 

- 원전 폭발이라는 대재앙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지금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게 예수의 사랑으로 다가가는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고요. 영적으로 많은 도움이 필요하기에, 일대일 전도로 더 깊이 다가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 평신도 선교의 새 모델을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전임 사역자들의 파송은 제한될 수밖에 없어요. 그들을 지원하기도 어렵죠. 전 세계를 복음화하려면 매우 많은 선교사가 필요한데, 그중에 한 축을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거죠. 1년간 잘 준비해서, 보름이나 한 달을 전도에 집중하고 돌아오는 거죠. 저희 같은 팀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휴가 계획은요?
휴가요? 일본으로 선교 가는 게 휴가죠. 단기선교가 쉽지 않아요. 가서 쉬지도 않고, 할 수는 없거든요. 너무 열심히 전도해서 나눠줄 전도지가 없으면 쉬기도 하고요. 쉬는 시간에는 일본이 휴양지가 되는 거죠. 저도 10년 전부터 가족들과 함께 일본으로 휴가를 오고 있어요. 휴가와 선교가 구분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언제까지 하실 건가요?
건강만 허락된다면, 30년, 40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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